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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취폭력에 지친 119, 헬맷쓰고 전기충격기 든다

송이라 기자I 2018.06.07 05:00:00

제복 공무원, 주취자로 인한 공무중 폭행피해 연700명
'무방비' 구급대원에 전기충격기·구급헬맷 등 지급 추진
구급차 내 버튼식 경보장치 설치…119·112 동시 신고

구급대원들이 폭행당하는 모습.(사진=충북도소방본부 제공)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송이라 기자] 무방비 상태에서 취객에게 폭행을 당한 119 구급대원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는 등 구급대원들을 상대로한 폭행사고가 근절되지 않자 정부가 호신용 장비를 도입하기로 했다. 그동안 규정이 따로 없었던 구급헬맷을 제작·보급하고 유사시 최소한의 자기방어를 위한 전기충격봉 소지를 허용하기로 했다.

◇ 폭력행위 진압 ‘전기충격봉’ 이르면 내년부터 도입

조종묵 소방청장은 “구급대원들에게 테이저건보다 위험도가 낮은 전기충격봉을 지급하기로 했다”며 “또 캠코더와 조명장비 등이 달린 구급헬맷과 위급상황에서 버튼을 누르면 119와 112에 동시에 신고를 할 수 있는 버튼식 자동경보장치도 검토 중”이라고 6일 밝혔다.

이 중 전기충격봉은 접으면 손바닥 정도의 크기고 펼치면 60cm 정도로 늘어난다. 당초 경찰이 소지하는 테이저건 도입도 검토했으나 좁은 구급차 안에서 폭력행위자를 제압하기에는 테이저건보다는 전기충격봉이 더 적합하다는 판단아래 전기충격봉을 도입하기로 했다.

강대훈 소방청 구급과장은 “테이저건은 경찰이 권총 대신 소지하는 무기로 너무 과하고, 손 안에 들어갈만한 크기의 전기충격기 정도가 구급대원들의 호신용으로 적합하다”며 “미국은 주마다 다르지만 자기보호차원에서 구급대원들이 전기충격기를 소지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18일 요구조자의 폭행 처벌기준을 강화하고 자위수단 소지와 사용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소방기본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국민적 공감대 형성과 함께 각 부처 의견조율 등을 통해 이르면 내년 도입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구급대원들에게는 좁은 구급차 공간에서 편리성과 안전성을 갖춘 구조헬맷을 따로 제작해 지급하고 유사시 1차로 폭행행위 중지를 요구하는 경고방송을 하고 재차 폭력행위가 발생하면 119와 112 상황실에 동시에 신고하는 버튼식 자동경보장치도 연내 시범실시할 계획이다.

강 과장은 “구급대원들은 별다른 규정 없이 지자체별로 안전모라는 명칭을 붙인 헬맷을 착용하거나 아예 쓰지 않았다”며 “구급대원들에게도 헬맷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반영해 기존 헬맷 무게의 절반 수준인 250~300g 정도의 경량헬맷을 제작해 보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필요한 예산은 국가와 지자체가 공동분담하는 방향으로 논의 중이다.

지난달 3일 여성 구급대원 강연희 소방경의 영결식이 끝난 뒤 위패가 영결식장인 전북 익산시 익산소방서 청사를 나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19구급대원 폭행 3년간 564건…“처벌수위 높여야”

정부가 이같은 대책을 내놓는건 경찰과 소방관 등 제복공무원들을 향한 폭행피해가 심각한 수준이어서다. 119 구급대원 폭행사건은 최근 3년간 564건으로 경찰과 해양경찰까지 포함하면 폭행피해를 당하는 공무원은 연평균 700명에 이른다. 지난달에는 주취자로부터 심각한 언어폭력과 머리 구타를 당한 베테랑 구급대원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에 정부는 지난 4일 관계부처 공동으로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정부가 제복공무원의 폭행피해를 개선하기 위한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한건 이번이 처음이다.

김부겸 행안부 장관은 “제복 공무원도 똑같은 국민으로 우리의 이웃이고 누군가의 존경하는 아버지·어머니이며 자랑스러운 아들·딸”이라며 “국민들에게 존중받지 못하는 제복에는 자부심이나 사명감이 생길 수 없다”고 호소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대국민 호소를 하자는 아이디어를 김 장관이 제안했다”며 “아마 일단 대국민 호소를 통해 경각심을 불러 일으킨 후 본격적으로 처벌수위를 높이는 작업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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