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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금 무이자’ 상가 등장…수익형부동산 공급과잉 몸살

이승현 기자I 2015.12.07 06:00:00

중도금 4억 4800만원 위례 상가
연이율 3.5% 무이자 혜택땐
15개월간 1960만원 할인 받아
아파트 분양서만 적용하던 혜택
단기간 물량 많은 위례·마곡 쏠려
혜택보다 수익성 꼼꼼히 따져야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은퇴 후 마땅한 투자처를 찾던 박평순씨(59·서울 송파구 잠실동)는 최근 위례신도시 우남역세권에 분양 중인 상가 1층 점포를 샀다. 위례신도시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데다 분양업체가 준공일까지 ‘중도금 무이자’ 혜택을 준다고 해 큰 맘 먹고 도장을 찍은 것이다.

박씨가 산 1층 점포의 분양가는 11억 2000만원. 이 중 중도금은 40%인 4억 4800만원이다. 연이율 3.5%를 기준으로 따지면 박씨가 내야 할 1년치 이자는 1568만원. 준공일까지는 15개월이 소요되므로 총 1960만원이다. 하지만 분양업체가 중도금을 대신 내주기로 함에 따라 박씨는 2000만원에 가까운 이자를 아낄 수 있게 됐다.

수익형부동산 분양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업체들의 마케팅 경쟁도 뜨겁다. 최근에는 아파트 미분양 등에 주로 적용돼 온 ‘중도금 무이자’ 마케팅이 상가분양에도 나오고 있다. 공급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와 업체들이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내놓은 마케팅 기법이지만, 잘만 고르면 박씨처럼 이득을 볼 수 있다. 다만 이 같은 마케팅을 하는 지역은 이미 주변 상가가 공급과잉일 수 있는 만큼 투자시 주의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상가 쏟아진 위례·마곡 ‘중도금 무이자’ 혜택

중도금은 처음 계약할 때 내는 계약금과 준공 이후 입주 직전 지불하는 잔금 사이의 분양대금을 말한다. 보통 상가 중도금 비율은 40~60%다. 투자자들은 대부분 대출을 통해 중도금을 납부하기 때문에 이자 부담이 발생한다. 하지만 아파트에 비해 상가는 상품 수가 적고, 가격은 더 비싸 그동안 무이자 혜택 조건을 내놓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더구나 아파트는 시공하는 건설사 신용도가 높고 집단대출 규모가 커 금융권에서 비교적 낮은 금리를 적용한다. 반면 상가, 오피스 등 수익형부동산은 중소건설사가 시공하는 경우가 많아 낮은 금리를 적용받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수익형부동산의 하나인 오피스텔은 지난 2013년에서야 중도금 무이자 혜택을 주는 사업장이 나왔고, 상가시장에서 올해 본격 등장했다는 게 업체의 설명이다. 올해 들어 상가 공급이 많아지면서 분양 경쟁이 치열해졌고, 투자자 유치를 위한 고육지책으로 중도금 무이자 혜택까지 등장한 것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수도권에서 올해 3분기까지 공급된 상가는 143개 단지로 지난해 같은 기간 129개 단지보다 10.9%(14개 단지) 늘었다. 분양가도 3.3㎡당 2703만원으로 지난해 2415만원보다 11.9%(288만원) 올랐다. 공급이 많은데 분양가까지 올라가면서 분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특히 위례신도시와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에서는 지난해와 올해 2년간 각각 1800여실, 1200여실의 상가가 공급됐다. 짧은 기간에 많은 상가 물량이 쏟아진 것이다. 하지만 계약률은 위례지역이 평균 60%대, 마곡은 70%대로 낮은 편이다. 중도금 무이자 혜택을 내놓은 상가가 대부분 위례신도시와 마곡지구 일대에 몰려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상가 중도금 이자 지원 보편화 가능성 커”

다행히 중도금 무이자 혜택 마케팅은 분양률을 끌어올리는 데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위례에서는 근린상가인 우남역 드림시티와 우성메디피아, 스칸디몰 등이 중도금 이자 지원으로 조기에 분양을 완료했다. 우남역 이타워와 아이파크, 위례중앙역 아이에스센트럴타워도 중도금 무이자 혜택제공을 조건으로 현재 분양 중이다.

마곡에서는 복합상가인 대방디엠시티와 근린상가인 골든타워가 중도금 무이자를 통해 분양을 마쳤다. 보타닉 파크타워와 문영 비즈웍스, 대방디엠시티 등은 아직 분양 중으로 중도금 무이자 혜택을 지원하고 있다.

중도금 무이자 혜택을 넘어 준공 후 이자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도 있다. 서울 강동구 천호동에서 분양 중인 파밀리에 테라자 상가는 준공 후 최대 4년간 대출금 이자 지원과 2년간 관리비 무상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중도금 무이자보다 이자 지원 기간이 길어 혜택이 더 크다. 게다가 이곳은 2년간 관리비도 무상지원 해 준다.

분양업체 관계자는 “상가 공급이 일시에 몰리다 보니 되도록 빨리 분양을 마치고 나가려는 분양업체들이 중도금 이자 지원 등 각종 혜택을 들고 나온 것”이라며 “이러한 혜택이 한번 등장한 이상, 앞으로 상가 분양 시장에선 아파트처럼 중도금 이자 지원이 보편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파격적인 혜택만 보지 말고 실제 수익이 나는 곳인지 꼼꼼하게 따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많은 혜택을 주는 상가일수록 입지나 주변 환경이 좋지 못한 경우가 있어 주의해야 한다. 장경철 부동산센터 이사는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올리기 위해선 임대수요가 풍부한 지역을 노리는 게 중요하다”며 “당장의 혜택보다는 개발 호재가 풍부해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있는지, 임차인이 선호하는 입지인지 사전에 꼭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조성중인 위례신도시. 올해 상가 분양이 몰린 위례신도시에서는 ‘중도금 무이자’ 마케팅이 일반화되고 있다.[사진=L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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