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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안일한 대처 끝에 여론을 이유로 사업 불허를 결정한 하남시의 행정은 못내 아쉽다. 이현재 하남시장은 연초부터 한전의 사업 추진 과정에서 변전소 증설과 병행해 진행하는 옥내화만을 치적으로 강조하는 우를 범했다. 또 뒤늦게 증설을 인지한 주민과의 면담에서도 충분한 답을 주지 못해 반발을 키웠다. 10여 년 전 밀양 송전탑 갈등에서 보여지듯 전력설비 이슈는 지역 주민의 첨예한 갈등을 빚을 수 있는 일이다. 더욱이 인구가 급증한 신도시 바로 옆 변전소의 증설이었다. 전력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관료이자 2선 국회의원 출신인 그가 왜 이런 식으로 안일하게 대처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
물론 이 모든 책임을 지자체에만 물을 순 없다. 작년 3월 경기도 용인에 현재 국내 전체 전력 수요의 10%에 이르는 10기가와트(GW)의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계획을 수립했을 때부터 어려움은 예상된 일이었다. 그러나 이해관계자와의 원만한 협의를 위한 전력망특별법 제정은 여야 갈등 속 뒷전으로 밀렸다. 정부의 모든 전력계획을 망라한 전력수급기본계획과 장기송·변전설비계획은 매번 1년씩 늦게 나오면서 국책사업의 추진 정당성을 약화했다. 국가의 미래가 걸린 국책사업의 성패를 결정지을 인프라 구축 사업을 일개 공기업인 한전과 지자체에 책임을 돌리는 것 역시 무책임하다. 이 모든 총체적 난국의 결과 600조원 이상의 투자가 예정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계획과 수도권 전력 안정 수급은 큰 불확실성에 놓이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