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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뻔한 가해자들" 도로 위 살인마…음주운전은 과실 아닌 고의

박기주 기자I 2024.08.06 05:30:00

■음주운전 공화국 (상)음주운전은 ‘중대 범죄’
음주운전 인식, `윤창호법` 이후에도 여전
뻔뻔한 가해자들 태도에 두 번 우는 피해자들
`美 벤틀리법` 등 제도 도입 검토해야

[편집자 주] 음주운전은 한 사람의 목숨뿐 아니라 가족의 행복을 송두리째 앗아가는 중대 범죄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이틀에 한 명꼴로 음주운전 사고에 의한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데일리는 ‘집중기획-음주운전 공화국’을 통해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실효성 있는 대책은 무엇인지 짚어봤습니다. 글 싣는 순서 (상)음주운전은 ‘중대 범죄’ (중)솜방망이 처벌에 음주운전 날뛴다 (하)전문가 좌담회 “음주운전은 과실 아닌 고의”…처벌 실효성 제고 시급
(그래픽=김일환 기자)


[이데일리 박기주 김형환 이영민 기자] “내가 가장 사랑하고 평생을 해 온 축구를 하지 못하게 됐는데….” 지난 2022년 음주운전 사고로 축구선수의 삶을 마칠 수밖에 없었던 유연수(26) 전 제주유나이티드 선수는 5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사고 당시를 떠올리며 울분을 토했다. 유 전 선수는 “사고 이후 2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사과를 받지 못했다. 재판 사흘 전에 공탁금 600만원을 걸었는데 이건 조롱 아니냐”며 음주운전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촉구했다.

음주 뺑소니 사고로 아들을 잃은 이경희(48)씨도 “그동안 합의를 하자는 연락도 없었다. 사고 발생 즉시 신고해 응급처치를 해야지, 도망가는 건 정말 죽이겠다는 의도였던 것”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씨는 특히 뻔뻔한 태도로 일관하는 가해자의 모습에 치가 떨렸다고 했다.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음주운전 사고에 의해 매년 2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죽거나 다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음주운전 교통사고로 발생한 사망자 수는 159명, 부상자는 2만 628명으로 집계됐다. 이틀에 한 명꼴로 사망자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사상자의 가족까지 포함하면 매년 수 만명이 음주운전에 희생당한 셈이다.

문제는 음주운전에 대한 인식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방증하듯 음주운전 적발 건수는 다시 윤창호법 이전으로 회귀하는 모양새다. 특히 윤창호법 시행(2019년)이후 음주운전을 막기 위한 법안이 다수 발의됐지만 번번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음주운전 전과자의 면허 결격기간 강화를 골자로 한 법안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시절 공개한 공약이었지만 21대 국회에서 자동 폐기됐다.

전문가들은 음주운전에 따른 피해를 막기 위해 당장 처벌기준 강화를 포함한 직·간접적인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태완 도로교통공단 교수는 “처벌기준이 3년에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강화됐지만 실제 선고 형량은 낮아서 법의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며 “음주운전 사고가 계속될 경우 처벌 수위를 더 높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아울러 “가해자에게 피해자 유가족 양육비를 부담하게 하는 미국의 ‘벤틀리법’과 유사한 제도를 우리나라에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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