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아빠찬스 논란’ 김인철 교육부 장관 후보자,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혐오발언’ 논란 김성회 대통령비서실 종교다문화비서관이 낙마하고, 온 국민이 학교폭력에 대한 공분을 금치 못하는 와중에 정순신 후보자의 ‘아들 학폭’ 논란이 터졌다. 인사검증 시스템 개선 의지가 있기는 한지 의문이다.
관리단 출범 이후 대통령실에 보고한 인사 명단이나 구체적인 인사검증 절차와 과정은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음습한 밀실인사를 양지로 끌어올려 인사의 객관성·투명성을 보장하겠다더니 다른 점이 보이지 않는다.
고위공직자 인사 추천을 하는 대통령실 인사라인은 모조리 검찰 출신인데다 인사를 검증하는 관리단도 검사 출신이 꿰차고 있다. 추천부터 검증까지 검사들이 맡은 탓에 검사 출신 정순신 변호사에 대한 검증도 ‘구멍’이 뚫린 것 아니었는지 의구심을 거두기 어렵다. 과거엔 참여연대 출신들이 인사를 쥐고 흔들어 문제였다면 이번엔 그 주체가 검사로 바뀌었을 뿐이다.
1년 전 관리단 설치를 놓고 갑론을박이 한창인 당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국민적 지탄이 커지면 제가 책임져야 할 상황도 생기지 않겠느냐”며 심적 부담감을 토로했다. 그러다 막상 정순신 사태가 터지자 “책임감을 느끼는 것은 맞다”면서도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냐’는 질문엔 “아니다”고 일축했다. 야당 의원들의 비판을 무찌르던 뛰어난 언변은 온데간데없고 아리송한 궤변만 남았다.
독일의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는 “악의 심연을 들여다보면 심연 역시 그대를 들여다본다”고 말했다. 악을 비판하던 이는 어느 순간 그 악을 닮을 수 있다는 경고다. ‘문재인 정권의 악을 고치겠다’고 호언장담하던 윤 정권이 벌써 그 심연에 물들어 버린 것은 아닌지 국민은 걱정스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