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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금 떼일라…임차권 등기명령 신청 5년 새 2.5배 증가

이성기 기자I 2022.09.12 08:49:41

6월 기준 신청 건수 서울 3.4배, 경기·인천 4.9배 급증
집값 하락 및 전월세 전환 추세에도 미반환 사고 관리 허술
진선미 “실질적인 임차인 보호 조치 강화해야”

[이데일리 이성기 기자] 전·월세 계약이 끝나고도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해 법원에 `임차권 등기명령`을 신청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임차권 등기명령은 주택의 전·월세 임대차 계약이 종료됐지만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임차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하고 있는 경우 `주택임대차보호법`에 의해 임차인의 권리를 보장하는 제도다. 임차인이 법원에 임차권 등기명령을 신청하고 법원으로부터 임차권 등기명령을 받아 등기를 마치면 대항력 및 우선 변제권을 유지하며 임차주택에서 자유롭게 이사할 수 있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진선미 의원실)
12일 대법원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한 달 간 전국의 임차권 등기명령 신청 건수는 1216건으로 5년새 2.5배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수도권 지역의 임차권 등기명령 신청 증가세가 더욱 가팔랐다. 서울 권역의 임차권 등기명령 신청 건수는 363건으로 2017년 6월 106건에 비해 3.4배 늘었다. 같은 기간 경기·인천 권역의 임차권 등기명령 신청 건수는 114건에서 554건으로 5년 새 4.9배 급증했다. 이는 전·월세 보증금 미반환 사고가 늘어나고 있는 데 따른 영향으로 보인다.

문제는 임차권 등기명령 제도를 활용하더라도 보증금을 반환받지 않은 상황에서 다른 주거지를 구할 여력이 없는 세입자가 많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 정부는 지난 1일 `전세 사기 피해 방지 방안`을 발표하며 저리 자금 긴급 대출과 전세 보증금 반환보증보험 가입 지원, 긴급 거처 제공 등의 대응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깡통전세` 주의보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이 부족하고 시장 가격에 비해 낮은 긴급 대출 한도, 임시 거처 입지 문제로 미봉책에 그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전세 보증금 반환보증보험 가입 지원 방안 역시 복잡한 가입 요건과 보증료 등의 부담으로 현재 18%에 머물고 있는 가입률을 얼마나 높일 수 있을지 미지수이다.

진 의원은 “임차권 등기명령은 세입자의 우선 변제권과 대항력을 유지하는 보호 장치이나 재산의 대부분인 보증금을 반환 받지 못한 세입자는 계약 종료 이후 당장 막막한 상황에 처할 수 밖에 없다”면서 “임차인이 자유로운 주거권을 최대한 누릴 수 있도록 형식적 보호가 아닌 실질적 권리 보장을 위한 제도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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