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지널' '월드 캐스팅' 뮤지컬 내한 홍보용 문구일까? 진실은…

장병호 기자I 2017.05.30 05:45:00

한국서 뮤지컬 선택 첫 번째 기준은 ''배우''
뮤지컬 내한공연은 현지 프로덕션이 캐스팅
인지도보다 실력에 초점 맞춰 출연진 결정

뮤지컬 ‘캣츠’는 작곡가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작품을 제작하는 RUG에서 실력을 중심으로 출연 배우를 선발한다. 사진은 2014년 영국 웨스트엔드 공연 장면(사진=클립서비스).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오리지널 배우들의 미국 정통 뮤지컬을 즐겨라.” “세계적인 열풍을 한국에서 이어갈 월드 와이드 캐스팅.” 뮤지컬 ‘시카고’(7월 23일까지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와 ‘캣츠’(7월 11일부터 9월 10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의 내한공연 홍보문구다.

관객 입장에서 궁금증이 생긴다. 이 공연에 출연하는 배우가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트에서 정말로 유명한지 말이다. 한국에서 뮤지컬을 선택하는 첫 번째 기준은 배우이기 때문이다. 예술경영지원센터가 가장 최근에 발표한 ‘뮤지컬 실태 조사’ 2015년 자료에 따르면 관객이 뮤지컬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 중 배우가 80.7%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지금도 뮤지컬에서 스타 마케팅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유효한 조사 결과다.

△해외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배우들 선별

‘시카고’와 ‘캣츠’는 어떨까. 공연기획사 신시컴퍼니와 클립서비스에 따르면 두 작품 모두 해외에서 충분히 인지도가 있고 활발하게 활동 중인 배우들이 출연한다. ‘시카고’는 브로드웨이 제작자 배리 앤 프랜 웨이슬러가 이끄는 내셔널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컴퍼니(NAMCO)에서 해외 투어를 위한 배우들을 캐스팅했다. ‘캣츠’는 작곡가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작품을 제작하는 리얼리 유스풀 그룹(RUG)에서 이번 한국공연을 위한 배우들을 선별했다.

‘시카고’는 현재 브로드웨이 공연 팀, 미국 내 투어 팀, 해외 투어 팀이 따로 있다. 이번 공연은 2015년 메르스 사태에도 전석 매진을 기록했던 내한공연 출연진을 중심으로 꾸렸다. 신시컴퍼니 관계자는 “2015년 내한공연에 대한 관객 반응이 워낙 좋아서 그때 배우들이 다시 한국을 찾아오면 좋겠다는 의견을 현지 프로덕션에 전달해 성사됐다”고 밝혔다. 여주인공인 벨마 켈리 역의 테라 맥클라우드, 록시 하트 역의 다일리스 크로만, 마마 모튼 역의 로즈 라이언이 한국 관객과 다시 만난다.

이들은 해외 투어 이전 브로드웨이 무대에도 섰던 배우들이다. 신시컴퍼니는 ‘시카고’ 내한공연에 대해 ‘퍼스트 클래스 프로덕션’(first class production)이라고 강조한다. 브로드웨이 내 배우조합, 연출가·안무가조합, 디자이너조합 소속 배우와 스태프로 창작진을 꾸렸다는 의미다. 신시컴퍼니 관계자는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진수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캣츠’는 이번 내한 공연을 위해 영국·미국·호주·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 5개월 동안 오디션을 진행해 배우들을 선발했다. 클립서비스 관계자는 “해외 라이선스 공연의 경우 배역마다 배우의 음역대나 신체적인 특징 등 정해진 캐스팅 기준이 있다”며 “한국공연 출연진도 동일한 캐스팅 기준으로 선발했다”고 말했다. 또 “명작인 만큼 배우 캐스팅 과정에서 인지도보다 실력에 중점을 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주인공 럼 텀 터거 역의 윌 리차드슨, 그리자벨라 역의 로라 에밋은 한국 공연이 처음이다. 리차드슨은 영국의 명문 뮤지컬 학교 길포드 스쿨 출신으로 뮤지컬 ‘신데렐라’ ‘체스’ 등에 출연했다. 에밋은 웨스트엔드 뮤지컬 ‘위키드’에서 엘파바 역을 맡아 주목을 받았다. ‘오페라의 유령’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브래드 리틀, ‘지킬 앤 하이드’ 내한공연으로 한국을 찾았던 이안 존 버그도 ‘캣츠’로 한국을 다시 찾는다.

뮤지컬 ‘시카고’ 록시 역의 다일리스 크로만(왼쪽), 벨마 역의 테라 매클라우드(사진=신시컴퍼니).


△배우외에 다양한 선택 요소 기준 필요

캐스팅 문제로 내한공연이 무산되는 경우도 있다. 6월 웨스트엔드 프로덕션으로 공연 예정이었던 ‘리걸리 블론드’는 개막을 한 달 반 앞두고 내한 취소를 결정했다. 출연진 구성을 놓고 한국 기획사와 현지 제작사 간에 이견이 생겼기 때문이다. 공연을 홍보하던 로네뜨 관계자는 “지난해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을 위해 한국을 찾았던 ‘리걸리 블론드’의 배우로 공연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의견 조율이 잘 되지 않아 취소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해외에서는 배우보다 작곡가·연출가·제작자가 뮤지컬 선택의 중요한 요소로 꼽는다. 이디나 멘젤처럼 스타 뮤지컬배우가 있기는 하다. 그럼에도 해외에선 뮤지컬을 소개할 때 앤드류 로이드 웨버·스티븐 손드하임·프랭크 와일드혼 등 작곡가와 카메론 매킨토시 같은 제작자가 먼저 언급된다.

원종원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브로드웨이의 경우 배우는 뮤지컬 선택 기준에 6~7번째에 해당한다”며 “한국은 뮤지컬시장이 짧은 기간에 빨리 성장하다 보니 스타 배우를 중심으로 한 환경이 됐지만 앞으로 배우외에 다양한 선택의 기준이 만들어 져야 한다”고 분석했다. 원 교수는 “뮤지컬은 배우 한 두 명으로 움직이는 예술이 아닌 만큼 배우보다 작품에 대한 완성도를 기대하고 보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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