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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멱칼럼] 의료인 면허제도 근간 뒤흔든 법원

김민구 기자I 2016.10.06 05:00:00
[임이석 대한 피부교정치료학회장] 대법원은 최근 치과의사가 미용 목적으로 보톡스 시술을 한 것은 의료법 위반이 아니라고 판결해 치과계 손을 들어줬다. 이에 따른 충격이 채 가시기 전에 대법원은 치과의사가 보톡스 시술에 이어 피부 주름 및 잡티를 제거하는 프락셀레이저 치료까지 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려 피부과 등 의료계가 발칵 뒤집혔다.

대법원은 환자 얼굴에 프락셀레이저 등 피부레이저 시술을 통해 주름·잡티 제거 등을 시행한 혐의로 1심에서 유죄,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치과의사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불법 보톡스 시술을 한 치과의사 B씨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대법원이 무죄로 결론을 낸 것이다.

치과 교육 과정에 일부 안면미용술이 있다는 이유로 치과의사가 보톡스 시술에 이어 프락셀레이저 시술까지 할 수 있도록 허용한 이번 결정은 의료인 면허제도의 뿌리를 뒤흔드는 처사다. 사법부는 치과의사 면허와 피부과 의사 면허 차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얘기인가.

한국은 진료 과목별로 전문자격, 전문분야, 전문의가 명백하게 나눠져있다. 그런데 이번 대법원 판결대로라면 ‘전문의’라는 제도가 유명무실해질 수 밖에 없다. 이럴 경우 특정 분야의 전문성이 떨어진 의사에게 시술을 받는 상황이 초래될 수도 있다. 가뜩이나 성형관련 의료분쟁이 늘어나는 추세인데 대법원 판결은 전문성이 떨어지는 시술과 이에 따른 부작용만 부추기는 셈이다. 문제는 대법원의 그릇된 판결에 따른 잘못된 결과는 고스란히 환자의 몫이 될 수 밖에 없다.

피부과 전문의는 의대교육 과정외에 4년간에 걸친 전문 수련과정을 거친다. 안면부 피부에는 다양한 피부질환이 발생하기 때문에 조기 진단을 통한 전문적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특히 피부암은 조기에 진단하면 90% 이상 완치할 수 있어 최대한 빨리 발견하는 것이 관건이다. 그러나 피부암이 초기에는 점이나, 잡티, 기미처럼 보이기도 해 피부과학에 대한 의학적 전문 지식 없는 치과의사로서는 진단이 어렵다.

또한 레이저는 오랜 기간동안 교육과 수련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전문 영역이다. 레이저 시술은 법적으로는 모든 의사가 할 수 있지만 ‘이왕이면 피부과 전문의에게 받아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권고다. 이처럼 전문성이 핵심인 피부시술을 치과의사도 할 수 있도록 한 이번 결정은 논란의 중심에 설 수 밖에 없다.

대법원 논리라면 피부과의사들도 치과 진료를 못할 이유가 없다. 신경과는 치아 신경치료를, 정형외과는 턱관절 치료를 하면 될 것이다. 이에 따른 의료계 갈등은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대법원 판결은 의료계 직능 간 경계를 무너뜨리고 비정상적인 과잉 진료를 유발시켜 결국 국민이 그 피해를 받게 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

대한피부과의사회가 성명서에서 “치과의사의 프락셀 레이저 사용을 허용한 대법원 판결이 의료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점에 우려한다”며 “치과의사의 피부 레이저 시술로 국민 건강권이 훼손될 경우 이런 판결을 내린 재판부가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밝힌 점도 이같은 맥락이다.

소비자 권익을 보호해야할 대법원이 보편타당성이 떨어지는 이번 판결을 내린 것은 국민 건강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의료법 근간을 통째로 흔드는 소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전문영역을 무시한 ‘나눠주기식 의료시술은 반드시 고쳐져야 한다. 전문성은 의사와 환자간 신뢰를 구축하는데 가장 기본적이며 중요한 덕목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국회나 복지부는 관련 법·규정을 다시 정비해 직능 간 갈등과 과잉 진료를 예방해 국민건강권을 수호하는 데 의료계와 함께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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