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말 기준으로 국내 금융회사가 투자한 해외부동산 단일 사업건 34조7000억원 중 2조6100억원(7.50%)에서 기한이익상실(EOD) 사유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EOD 발생 규모는 지난 2023년 말 2조4100억원에저 지난해 3월 말 2조5000억원, 같은 해 상반기 말 2조6100억원으로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국내 금융사들의 투자 비중이 높은 오피스 시장을 중심으로 개선이 지연되고 있어 투자자산 부실화 및 손실 확대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코로나19 이후 망가진 해외부동산 시장은 좀처럼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예상보다 더딘 회복 속도에 국내 투자기관들은 가치가 급락하거나 EOD가 발생한 자산 투자 건을 대체로 손실 반영하고 덮어두는 분위기다.
그러나 최근 환율이 급등하면서 외면할 수 없는 청구서를 속속 받아들고 있다. 해외 부동산 펀드는 환율 리스크 관리를 위해 대부분 환헤지를 해두고 있는데, 환율이 급등할 경우 헤지 비용이 크게 상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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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의 해외부동산 펀드 중 룩셈부르크 오피스 펀드는 자산 가치가 폭락해 환헤지 비용을 부담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지난해 12월 SC제일은행과의 환헤지 계약이 끝났지만, 수익자 총회 의결안에 따라 환헤지 계약을 추가로 체결하지 않기로 하면서 환노출 전략으로 변경하게 됐다. 그러나 환 변동으로 인한 정산금 107억원을 지급할 자금이 없어 22억원만 지급한 후 85억원의 잔액을 연체 상태로 두기로 했다. 상환 시까지 7%의 연체 이자를 물게 된 상태다.
이밖에도 환헤지 계약 종료 또는 갱신(롤오버) 시점이 도래하는 펀드들도 수백억대 정산금 청구서를 받게 될 전망이다. 특히 해외 부동산투자가 크게 늘었던 지난 2017년~2018년 사이 원달러 환율이 1달러당 1100원~1200원 안팎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비용 부담이 적지 않을 실정이다.
환헤지 비용 추가 청구를 두고 국내 운용사(GP)와 LP간 소송전이 벌어지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영국 오피스에 투자했던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과 NH투자증권은 환헤지 비용 추가 납부 문제를 두고 소송을 진행 중이다. 펀드에 자금이 바닥나 환헤지 비용을 갹출해야 하지만, 규정 문제를 두고 다툼이 벌어진 상태다.
한 기관투자가(LP) 관계자는 “이미 손실로 인식해뒀어도 환율 급등에 적지 않은 추가 정산액을 낼 건들이 꽤 생긴 상황”이라며 “해외 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아 유동성 회복 어려운 펀드들에서 당분간 계속 청구서가 날아들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