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대규모 유통업법’ 개정 방안을 두고 벤처업계가 거세게 반발했다. 반면 중소기업계는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다. 공정위는 18일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의 재발을 막을 방안을 내놨다. 판매대금 정산기한을 20일로 정하고, 판매대금의 절반 이상을 금융사에 예치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이다. 법 적용 대상은 국내 중개거래수익(매출액) 100억원 또는 중개거래규모(판매금액) 1000억원이 넘는 온라인 중개거래 사업자로 정해졌다.
올여름 티메프에서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가 불거지면서 소상공인들은 큰 피해를 입었다. 현재 티메프는 서울회생법원 결정에 따라 회생절차가 진행 중이다. 법원에 제출한 채권자 목록에 따르면 티몬은 상거래 채권자 2만 140명에 채권금액이 8708억원, 위메프는 채권자 2만 8279명에 채권 금액이 3479억원에 이른다. 피해자 수가 수만 명에 이르고 액수도 크다. 공정위가 재발 방지책 마련에 나선 것은 당연한 책무다.
다만 향후 입법 과정에서 공정위와 국회는 과잉 규제 우려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벤처기업협회는 입장문을 내고 “공정위의 규제 도입이 벤처·스타트업의 혁신 의지를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정산기한에 대해 “이커머스 플랫폼이 사업 확장과 혁신을 추진하기 어려워지고, 결국 관련 산업 전체의 줄폐업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고 주장했다. 판매대금의 50% 별도 관리 의무화에 대해선 “기업의 자금경색과 유동성 악화를 유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법 개정은 티메프 사태가 계기가 됐다. 그렇다 보니 공정위가 혁신보다는 규제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정한 규제는 불가피해도 벤처 생태계의 건강을 해치는 과잉 요소는 없는지 경계할 일이다. 이커머스 업체와 소상공인은 본질적으로 공생 관계다. 장터를 제공하는 이커머스가 위축되면 그 피해는 결국 장터에서 물건을 파는 소상공인에게 돌아간다.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은 무서운 속도로 국내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이들에 맞서려면 혁신 아이디어로 번뜩이는 토종 이커머스 스타트업이 속속 나와야 한다. 과잉 규제는 우리 스스로 그 싹을 자르는 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