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판결은 회사가 약속한 주식을 줄 수 없게 된 경우, 그 대신 돈으로 보상해야 하는 상황에 대한 중요한 기준을 제시했다. 특히 전자증권 제도 도입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유사한 법적 분쟁 사례들에서 중요한 선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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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은 2016년 8월 신라젠과 당시 전무이사로 재직 중이던 A씨가 맺은 신주 7만5000주에 대한 스톡옵션 부여 계약에서 비롯됐다. A씨는 2018년 3월 이 계약에 따라 주식매수선택권을 행사한다고 통지했고, 이를 거부당하자 주권 인도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4월 항소심에서 법원은 “회사는 A씨에게 주식을 주고, 만약 주식을 줄 수 없는 상황이라면 그 대신 현금(57억여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됐다.
그러나 해당 판결 이후 전자증권법이 시행되면서 신라젠은 더 이상 실제 주식 증서를 발행할 수 없게 됐다. A씨가 법원의 힘을 빌려 주권 인도 강제집행에 나섰지만 회사 측이 주권을 보유하지 않아 집행이 불가능해졌다. 이에 A씨는 금전 지급을 요구하는 강제집행에 착수했다. 돈으로 받겠다고 한 것이다.
신라젠은 뒤늦게 A씨 앞으로 해당 주식의 전자등록증명서를 공탁한 뒤 돈을 줄 필요가 없다며 청구 이의의 소송을 제기했다.
1·2심 모두 A씨의 손을 들어줬다. 2심 재판부는 “전자증권법이 시행된 이후에 본래적 급부에 대한 강제집행이 개시됐더라도 그 집행이 이뤄지지 않은 이상 집행불능에 해당하고, 이에 따라 대상적 급부청구권이 발생하였으므로 그 후 원고가 본래적 급부에 대해 공탁을 했더라도 대상적 급부청구권이 소멸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의 판단도 같았다. 대법원은 “선행판결에 따른 강제집행이 적법하게 개시돼 그 목적이 달성되지 않은 이상 집행불능에 해당하고, 그 이후 전자증권법이 시행됐다는 등의 사정은 대상적 급부청구권의 성립을 방해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사건 주권 인도에 관한 강제집행이 적법하게 개시된 후 집행불능됨으로써 선행판결에 따른 피고 A씨의 금전채권이 확정적으로 발생한 이상 그 이후에 원고 신라젠이 피고 앞으로 그 주권의 전자등록증명서를 공탁했다는 사정만으로는 피고의 금전채권이 소멸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