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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상장 VC 19곳은 올해 1분기 매출(영업수익) 2130억원, 영업이익 999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벤처투자 혹한기 속에서도 매출 8427억원, 영업이익 3189억원 등 실적 개선에 성공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성장세를 이어갔다. 1분기와 같은 흐름이 이어진다면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을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
개별 회사별로 보면 엠벤처투자가 올해 1분기 513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상장 VC 영업익 1위에 올랐다. 그밖에 미래에셋벤처투자(151억원), 우리기술투자(98억원), 아주IB투자(63억원) 등이 5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DSC인베스트먼트·SV인베스트먼트(34억원), SBI인베스트먼트(26억원), HB인베스트먼트(22억원) 등이 뒤이었다.
상장 VC는 까다로운 증시 문턱을 넘어야 하기 때문에 주로 중대형급 VC들이다. 업력도 수십년을 자랑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가장 최근 상장한 VC인 HB인베스트먼트(440290)의 경우 1999년 설립된 튜브인베스트먼트가 전신으로, 업력 25년차다. 지난해 말 기준 상장 VC 가운데 AUM이 가장 큰 에이티넘인베스트(021080)먼트는 2조 630억원의 자산을 굴리고 있다.
벤처캐피탈의 수익원은 크게 관리보수와 성과보수로 나뉜다. 관리보수는 VC와 같은 운용사(GP)가 출자자(LP)로부터 받는 일종의 고정 수익으로, 펀드의 총 운용자산(AUM) 대비 일정 비율로 설정된다. 성과보수는 투자 성과에 따른 보수로, 엑시트(투자금 회수) 시점에 발생한다. 통상 VC는 기준수익률(IRR) 5~8%를 제외한 초과투자수익 중 일부를 받게 된다.
대형 VC들은 엑시트가 어려운 시기에도 AUM을 발판 삼아 관리보수로 실적을 어느 정도 방어하는데 성공했다. 지난해엔 활발한 엑시트로 성과보수도 늘어나며 전년대비 큰 폭의 성장을 거두기도 했다. 스톤브릿지벤처스(330730)는 포트폴리오 중 오픈엣지테크놀로지(394280) 투자 5년 만에 540억원을 회수하며 4.7배 멀티플(투자 원금 대비 배수)을 기록했다.
우리기술투자(041190)의 경우 투자 포트폴리오의 평가액이 늘어나면서 영업이익이 크게 개선됐다. 우리기술투자는 지난해 1539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상장 VC 가운데 영업익 1위를 차지했다. 우리기술투자는 국내 최대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 지분을 보유 중이다.
적자 폭도 개선되고 있다. 플루토스투자(옛 리더스기술투자)는 2022년 영업손실 173억원, 지난해 영업손실 103억원, 올해 1분기 영업손실 7억원으로 매년 적자 규모를 줄여나가고 있다. 지난해 50억원의 영업적자를 낸 컴퍼니케이 역시 올해 1분기 1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성장세에 진입했다.
◇ 보릿고개 넘는 중소형 VC…자본잠식 시달려
반면 중소형 VC들 중에선 자본잠식에 빠지는 경우도 크게 늘고 있다. 올해에만 자본잠식으로 경영개선요구 조치를 받은 VC가 5곳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 전자공시(DIVA)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해당 이유로 조치를 받은 하우스는 △더시드인베스트먼트 △오라클벤처투자 주식회사 △엔피엑스벤처스 △네오인사이트벤처스 △도원인베스트먼트다. 조치를 받은 지 3개월 이내 자본잠식률을 50% 미만으로 끌어내리지 못하면 최대 6개월의 2차 시정명령을 받게 되고, 이후에도 개선하지 못하면 벤처투자 회사 등록 말소 여부를 심사해 라이선스를 반납해야 한다.
이 중 오라클벤처투자의 경우 지난 2021년 설립돼 2022년 한국벤처투자 지역뉴딜 벤처펀드 출자사업의 위탁운용사(GP)로 선정되는 등 펀드 결성 및 투자에도 적극적으로 나선 하우스다. 지난 4월에도 스타일봇에 프리A 시리즈 투자를 진행하는 등 활발하게 투자 활동을 했지만 관리보수 이상으로 고정비가 지출되면서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보인다.
같은 해 설립된 도원인베스트먼트도 최근 경영건전성 기준 미충족으로 중소 벤처기업부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았다. 도원인베스트먼트는 비상장 기업 중 투자가치가 유망한 기업을 발굴하고, 투자 후 기업공개(IPO)까지 육성하는 투자 전문 기업을 목표로 출범했지만 펀드를 결성하거나 투자를 집행한 이력은 없는 상태다. 펀드 결성 자체에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 한 중소형 VC 관계자는 “업계 전반으로 힘들다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중소형 VC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며 “펀드 결성 자체가 어려워지면 고정비를 감당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