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에서 백반집을 운영하는 신모(72)씨는 최근 밑반찬 중 하나인 상추 겉절이를 메뉴에서 빼버렸다. 채소 가격이 폭등하면서 이대로라면 이윤이 도저히 남지 않겠다는 판단이 들어서다. 신씨는 “우리 가게를 찾는 사람들이 상추 겉절이를 많이 찾았다”면서도 “상추 가격이 무섭게 오르니까 더는 쓸 수가 없어 가격 부담이 적은 양배추로 대체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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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21일 상추(적상추) 가격은 4kg에 8만3520원을 기록하며 8만원을 웃돌았다. 한 달 전 상추 가격인 1만8700원과 비교하면 6만4820원(347%) 뛰었다. 1년 전 가격인 4만2496원과 견줘도 여전히 4만1024원(97%) 높은 수준이다. 얼갈이배추 가격도 4kg당 1만7620원으로 1년 전 1만650원과 견줘보면 6970원(65%) 오른 수준이다. 열무 가격은 4kg당 1만6740원으로 1년 전 가격인 1만630원보다 6110원(58%) 올랐다.
채소 가격이 오른 건 무더위와 장마에 따른 작황 부진 때문이다. 상추의 적정 생육온도는 15~20도지만 기온이 크게 오르면서 생산량이 감소하며 가격이 예년보다 상승했다. 특히 이번 집중호우로 농산품 주요 산지의 피해가 커지며 농산물 가격은 당분간 크게 오를 것으로 보인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10일부터 20일까지 수해를 입은 농지는 1만9927㏊(핵타르)로 집계됐다. 이는 축구장(0.174㏊) 2만8000개와 맞먹는 규모이다.
대표적인 쌈 채소인 상추 등의 가격이 폭등하다 보니 고깃집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두 손을 들었다.
마포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김모(45)씨는 “식자재 납품 업체로부터 최근에 영수증을 받아보고 깜짝 놀랐다”며 “상추 한 박스(4kg)가 지난달까지 2만원대였는데 지금 두 배 이상으로 올랐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 인식이 고깃집에서 상추가 당연히 공짜라고 생각하는데 장사하는 입장에서 너무 비싸져서 얼마나 줘야 할지 고민할 정도”라며 “최근에 상추를 줄이고 케일 같은 저렴한 채소로 같이 구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대문구에서 한식 전문점을 운영하는 강모(48)씨는 “상추나 배추가 들어가는 반찬은 열무 등으로 바꾸고 있다”며 “시금치 무침 등도 감자볶음이나 미역줄기 무침 등으로 바꿀 예정”이라고 했다.
이러한 고민은 요식업 커뮤니티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식당 사장으로 추정되는 이들은 “(손님 중 일부가) 상추 두 개에 고기 한 점 싸먹어서 셀프바를 거덜 내서 없앴다”, “로메인 상추를 사용하는데 원래 1박스(2kg)에 1만5000원인데 3만5000원 달라고 해서 감당이 안 된다” 등의 글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