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장(사진·57) IMF 상임이사는 최근 IMF가 발표한 한국에 대한 연례협의 보고서 관련 비하인드 스토리를 묻자 이같이 답했다. 작년 11월 IMF 이사로 부임한 허 이사는 행시 35회로 공직에 임용돼 기재부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 등을 역임한 국제경제통이다.
앞서 IMF는 지난달 26일 연례협의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의 성장률을 3.6%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 1월에 발표한 기존 전망보다 0.5%포인트나 높인 전망치다. IMF는 “한국경제는 회복세로 돌아섰다”고 결론 내렸다.
허 이사는 IMF가 한국경제에 두 가지 장·단기 정책권고를 했다고 설명했다. 성장률이 오르더라도 코로나 피해를 입은 자영업 등 피해계층에는 재정을 더 풀어 지원해야 한다는 권고다. 장기적으로는 재정준칙을 마련해 나랏빚 관리에 나서야 한다는 조언이다.
허 이사는 “적어도 올해까지는 사회안전망 강화 등으로 취약계층을 지원해야 한다”며 “만약 5차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한다면 IMF는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IMF는 연례협의 보고서에서 “(4차 재난지원금이 반영된) 추경을 환영한다”며 “단기적으로 확장적 재정정책을 유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허 이사는 “재정준칙은 재정을 안 쓰고 묶겠다는 뜻이 아니라 정부의 재정관리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는 재정준칙을 도입해 재정건전성을 챙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재부가 2025년 도입을 목표로 추진 중인 재정준칙은 △국가채무 비율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60% 이하로 유지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를 GDP 대비 -3% 이하로 유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재부는 이같은 재정준칙을 담은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작년 12월 발의했지만,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다음은 지난달 31일 허 이사와 진행한 국제전화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는 백신 보급에 따라 내수가 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백신 공급에 나섰다. 이 결과 세계경제가 예상보다 상당히 빠르게 회복될 것으로 전망된다. 둘째로는 확장적 재정에 따른 정책적 효과다. 정부가 재정을 적극적으로 풀면서 당초 전망치보다 성장률이 오를 것으로 보인다.
-성장률 전망치보다 더 오를 가능성은?
△IMF가 6일(한국시간 기준) 글로벌 연차총회에서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발표한다. 당초보다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특히 미국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경제 성장률도 3.6% 전망치보다 더 오를 수 있다. IMF도 그렇게 낙관하고 있다. 내수가 관건이다. 우리나라는 내수만 살아나면 수출과 함께 성장률이 좋아질 수 있다.
-IMF 이사회는 한국 경제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이사회에서는 코로나19에 대한 한국 대응에 대해 칭찬하는 분위기였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40%대로 다른 나라보다 양호한 상황이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한국판뉴딜처럼 미래를 준비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받았다. 이집트 이사는 한국 모델을 잘 배우고 전파하겠다고 했다. 사우디 이사는 K-방역 관련 영문 자료를 공유했다.
-이같은 해외 평가는 국내 평가와 온도차가 있다.
△우리나라 대응이 다른나라와 비교하면 코로나에 선방한 건 사실이다. 우리나라 성장률이 작년에 -1.0%를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이렇게 선방한 곳을 찾기 힘들다. 우리나라가 워낙 탄탄하게 방역을 했다. 재정 측면에서도 큰 문제가 없었다. 특히 IMF는 우리나라가 재정준칙을 만든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IMF는 한국의 재정준칙 관련해 어떤 긍정 평가를 했나?
△재정준칙은 재정을 안 쓰고 묶겠다는 뜻이 아니라 정부의 재정관리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지금은 재정적자를 늘리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관리하겠다는 신호를 보여주는 것이다. 만약에 우리나라가 재정준칙 도입을 추진하지 않았더라면 IMF의 지적을 받았을 것이다. 아마도 IMF에서 ‘재정건전화 문제를 조치하라’는 얘기가 나왔을 것이다.
-국가신용등급에도 영향이 있을까?
△IMF는 한국이 국회를 거쳐 재정준칙을 최종 도입하는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신용평가 기관에서도 재정준칙에 대해 많이 얘기하고 있다. 만약에 재정준칙 도입이 무산되고 한국이 재정준칙 도입에 관심·의지가 없다고 알려지면 부정적 여파가 있을 것이다. 재정준칙을 도입해 신용등급을 챙기고 재정건전성에 신경 써야 한다.
-그렇다면 당장 재정준칙을 도입해야 하나?
△그건 아니다. 기획재정부가 마련한 재정준칙도 2025년에 도입하기로 한 것이다. IMF는 코로나 상황에서 한국의 재정지출에 대해 굉장히 권장하고 있다. 적어도 올해까지는 사회안전망 강화 등으로 취약계층을 지원해야 한다. 그리고 중장기적으로 재정준칙을 도입해 재정건전성을 챙겨야 한다.
|
△5차 재난지원금 지급 여부는 경기 상황에 따라 한국 정부가 판단할 일이다. 다만 IMF는 5차 지원금 등 추가적인 재정 지출에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IMF는 4차 재난지원금이 반영된 추경에 대해 굉장히 긍정적으로 평가했기 때문이다. IMF는 코로나 상황에서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지원에 대해 긍정적 입장이다. 다만 IMF는 전 국민에게 무차별적으로 지원하는 게 아니라 코로나 피해계층에 선별 지원을 하는 것을 권고하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는?
△IMF는 한국이 기준금리를 더 낮출 여지가 있다고 봤다. 보다 완화적인 통화정책이 향후 경제회복을 견고히 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반면 한국은행은 금리를 더 내리는데 신중한 입장이다. 가계부채, 부동산 리스크를 보면서 판단해야 할 사안이다. IMF도 가계부채 증가세가 지속할 경우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IMF가 한국의 부동산 관련해 지적한 내용은?
△IMF는 거시경제를 중심으로 보기 때문에 이번에 한국의 부동산 관련해 구체적인 지적은 없었다. 부동산이 금융에 미칠 부정적인 효과에 대해 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IMF 이사들은 지속적으로 가계부채가 증가할 경우 가계 건전성 조치를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그리고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IMF가 노동시장 경직성 완화를 주문하기도 했다.
△IMF는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높이려면 여성들을 많이 고용할 것을 권장했다. 청년, 여성, 노인, 취약계층이 소외되지 않게 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노동시장 이중성을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다만 코로나 상황에서 노동시장 개혁을 당장 하자는 뜻은 아니다. 지금은 사회안전망을 강화해야 할 시기이기 때문이다. 노사정 3자 대화로 대타협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