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말말말]"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vs "아무나 흔들 수 있는 나라"

신민준 기자I 2019.08.17 06:00:00

文대통령 광복절 경축사 놓고 與野 뜨거운 공방
與"세계평화 주도하는 나라로서 구체적 형상 제시"
野"민망한 자화자찬, 북한을 향한 여전한 짝사랑"
文대통령 발언에 박수 안친 황교안 ·불참한 나경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5일 오전 천안 독립기념관 겨레의 집에서 열린 제74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신민준 기자] 제74주년 광복절을 맞아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여당과 야당 5당 지도부 등 주요 인사들이 충청남도 천안시 독립기념관 겨레의 집에서 열리 경축식에 참석해 광복의 뜻을 기렸다.

하지만 여당과 야당은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문 대통령의 발언과 황교안 자유한국당의 태도와 나경원 원내대표 불참 등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文대통령 광복절 경축사에서 새로운 한반도 재천명…신성장동력은 평화경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불안한 동북아 정세 속에서도 새로운 한반도를 재천명했다. 평화경제를 신성장동력으로 삼아 책임있는 경제강국으로 발전시켜 대한민국을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외세의 침략과 지배에서 벗어난 신생독립국가가 가져야 할 당연한 꿈이었다. 그리고 74년이 흐른 지금 우리는 세계 6대 제조강국, 세계 6대 수출강국의 당당한 경제력을 갖추게 됐다”며 “국민소득 3만불 시대를 열었고 김구 선생이 소원했던 문화국가의 꿈도 이뤄가고 있다. 그러나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는 아직 이루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도 우리가 충분히 강하지 않고 아직도 우리가 분단돼 있기 때문”이라며 “저는 오늘 어떤 위기에도 의연하게 대처해온 국민을 떠올리며 우리가 만들고 싶은 나라,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다시 다짐한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세계평화를 주도하는 나라로서의 구체적 형상을 제시했다며 문 대통령을 두둔했다. 이해식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문 대통령은 3·1운동 100주년,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올해 제74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작금의 일본 경제 보복을 극복하는 데에 머무르지 않았다”며 “일본이 동아시아 협력 질서에 기여함으로써 공동번영의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이끄는 원숙함과 포용력을 과시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아가 열강에 의해 휘둘렸던 과거의 대한민국에서 이제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 나아가 동아시아와 세계평화를 주도하는 나라로서의 구체적 형상을 제시했다”며 “이를 위해 국제질서를 선도하는 책임경제국가, 대륙과 해양, 남방과 북방을 이으며 뻗어가는 교량국가, 평화경제로 통일을 달성하고 광복을 완성하는 평화경제국가의 목표를 제시했다”고 강조했다.

이해식 대변인은 또 황교안 대표을 향해 쓴소리를 했다. 그는 “황 대표가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가 진행되는 동안 거의 박수를 치지 않았다. 참으로 유감”이라며 “제1야당 당대표의 무례함과 협량함에도 말문을 잃었다”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 경축사는 국가 원수로서 국민의 뜻을 대 내외에 천명하는 일”이라며 “이에 의도적으로 예를 표하지 않은 것은 공당의 대표로서는 매우 부적절한 행위이다. 일본의 부당한 경제보복에 맞서 초당적으로 협력하겠다는 다짐은 어디로 갔나”고 반문했다.

이해식 대변인은 경축식에 참석하지 않은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에게도 “나 원내대표는 왜 하필이면 광복절에 개인 일정을 잡았는지 광복절 기념식이 개인 일정을 이유로 불참해도 되는 행사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野 “말의 성찬으로 끝난 허무한 경축사”…“대한민국 가장 세차게 흔드는 文정권”

이에 질세라 야당은 문 대통령을 겨냥해 말의 성찬으로 끝난 허무한 경축사로 ‘아무나 흔들 수 있는 나라가 됐다’며 문 대통령의 발언을 비꼬았다. 전희경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에서 “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드러난 문재인 정권의 현실인식은 막연하고 대책없는 낙관, 민망한 자화자찬, 북한을 향한 여전한 짝사랑이었다.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는 가슴이 뜨거워지는 말”이라며 “우리는 지난 시간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안보를 굳건히 하고 세계 경제 무대를 누볐다. 외교 강국으로 든든한 동맹을 통해 얕볼 수 없는 대한민국을 만들어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문재인 정권 들어 아무나 흔들 수 있는 나라가 되고 있다”면서 “아침마다 북한 미사일 발사 소식에 눈떠야 하는 문재인 시대가 열렸다. 나라를 되찾기 위해 피흘려 간 선열들 영전에서 이런 굴욕이 없다”고 비판했다.

경축식에 대신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있던 중국 충칭을 찾은 나경원 원내대표도 전 대변인의 발언을 거들었다. 나 원대대표는 “안타깝게도 이 대한민국을 가장 세차게 흔드는 이들이 바로 문재인 정권”이라며 “자유를 지우고 법치를 훼손하고 공화의 가치를 무너뜨리는 문재인 정권이야말로 대한민국의 뿌리를 흔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바른미래당 이종철 대변인도 ‘마구 흔들리는 나라’라고 힐난했다. 이 대변인은 “대통령 경축사에서 당면한 일본 수출규제에 대한 대책은 실마리조차 보이지 않았다”며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대통령의 다짐에 국민은 물음표가 먼저 스쳐 간다. 대한민국이 지금 문 대통령에 의해 마구 흔들리는 나라가 된 것 아니냐는 물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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