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공원 일몰제는 정부·지방자치단체가 공원 조성을 위해 민간 소유 등의 땅을 도시계획시설로 지정했지만, 20년간 토지보상 등 사업을 진행하지 못했을 경우 자동으로 시설 지정을 해제하도록 한 제도다.
◇서울 도시공원 40.5㎢ 공원구역 변경 예정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도시공원 부지를 일몰제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는 방법인 ‘도시자연 공원구역’ 제도를 손질하는 등 후속 대책 마련에 나섰다. 우선 이달 초 ‘도시자연 공원구역 제도개선 및 우수공원 인증제 기준마련’ 연구 용역에 착수했다. 공원구역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과 비슷한 개념으로 도시공원과 달리 일몰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정부가 기존 도시공원을 도시자연 공원구역으로 새로 지정해 일몰제에서 제외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는 것이다.
공원구역으로 지정되면 땅 주인들은 각 지자체에 토지 매수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가 생긴다. 지자체장은 매수 청구를 받은 날부터 1년 안에 매수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매수 결정시 3년 안에 토지를 매입해야 한다. 공원구역 지정 및 매수청구는 현행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이하 공원녹지법)에서 정한 요건에 따라 이뤄진다.
다만 매수 요건이 너무 엄격하다보니 지자체가 공원구역 부지를 사고 싶어도 못사는 경우가 태반이다. 공원녹지법 시행령 34조에 따르면 도시자연 공원구역은 개별공시지가가 그 토지가 소재하는 읍ㆍ면ㆍ동의 동일한 지목 개별공시지가 평균치의 50% 미만이거나 토지사용·수익이 불가능할 때만 매수를 할 수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에선 같은 동내 공원부지라 해도 평균 공시지가의 50% 미만인 경우가 거의 없다”며 “현행 기준에서는 해당 부지를 매수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국토부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토지 매수 청구 요건 및 청구 절차를 손볼 예정이다. 동시에 매수요건을 충족했는데도 지자체가 땅을 사가지 않을 경우 공원구역에서 해제하는 등의 실효제도 검토한다. 아울러 토지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공원구역 내에서 허용되는 건축물 대상 범위도 확대할 방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연구용역이 끝나는대로 연말까지 공원녹지법 시행령 개정을 마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제도 개선은 상대적으로 도심 내 공원부지가 많은 서울 등 지방 대도시에서 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 서울은 일몰제 적용으로 116개 공원에서 95.6㎢(사유지 40.5㎢·국공유지 51.2㎢) 땅이 해제 예정이다. 내년 6월까지 개발 압력이 높은 우선 보상대상지 2.33㎢는 시 예산을 투입해 먼저 사들이고, 국공유지를 제외한 나머지 부지를 ‘도시자연 공원구역’으로 변경해 순차적으로 보상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서울시는 공원녹지 정책방향이 담긴 ‘2030 서울시 공원녹지 기본계획’ 일부도 정비하고 있다. 현재는 기존 개발제한구역을 제외한 지역에 대해서만 도시자연 공원구역으로 지정 가능하다. 이를 필요한 경우에는 개발제한구역 여부와 상관없이 도시자연 공원구역으로 변경해 대상 범위를 넓힐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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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땅 주인의 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해 토지보상 ‘데드라인’도 새로 만들었다.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가운데 사업 개시를 뜻하는 실시계획 인가 이후 5년 내에 토지 보상을 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인가 효력을 잃게 했다. 이 같은 내용의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이 지난 2일 국회를 통과하면서 오는 2020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
이는 각 지자체가 도시공원 일몰제에 대비해 일단 실시계획 인가만 내고 토지보상 등의 사업 행위를 지체하는 꼼수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국토부 관계자는 “기존에는 실시계획 인가 이후 언제까지 토지 보상을 해야한다는 강행 규정이 없어 기한을 새로 정한 것”이라며 “실시계획이 실효되면 공원부지에서 결국 해제된다”고 말했다.
그동안 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받았던 토지 소유주들도 제도 시행시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토지정보업체인 지존의 신태수 대표는 “미집행 상태로 20년을 기다린 토지 소유주 입장에서는 마냥 지연되던 시기에 비해서는 토지 보상이나 지정 해제의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라며 “다만 땅 주인의 토지 보상이 일시적으로 몰렸을 경우 각 지자체별 막대한 재원 마련에 대한 대책도 함께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