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의존도를 낮추는 대신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육성 중인 사업을 중심으로 새로운 거래선을 확보하는데 사활을 걸고 있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SDI(006400)와 삼성전기(009150) 등 삼성그룹 전자 계열사 사장들의 해외 출장이 잦아지고 있다. 박상진 삼성SDI 사장은 지난달 22일 중국 베이징 다탕(大唐)그룹 본사에서 저우자화(鄒嘉華) 부사장 등 경영진과 만나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다탕그룹은 중국 2위의 전력업체로 미국 포춘이 선정한 500대 기업에 포함된 글로벌 기업이다. 중국에서 100개 이상의 발전소를 운영 중이며, 최근 풍력·수력·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 비중을 높여 나가고 있다. 박 사장은 다탕그룹과 ESS(전력저장장치) 공급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탕그룹도 삼성SDI가 보유한 전력저장 기술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
박 사장은 중국 출장을 마친 뒤 숨돌릴 틈도 없이 미국으로 건너갔다. 미국 GCN과의 상업용 ESS 공급 계약을 마무리하기 위해서였다.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세 둔화로 배터리 사업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삼성SDI가 세계 최대의 전력 시장인 중국과 미국에 ESS를 대량 납품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면 실적 개선에 큰 힘이 될 수 있다.
같은 시점에 삼성전기의 최치준 사장은 프랑스로 날아갔다. 최 사장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세계유통학회(WRC)에서 ESL(전자가격표시기)의 효용성 및 성장 잠재력에 대한 강연을 했다. 이 행사에는 유럽 내 주요 유통업체의 임원들이 대거 참석한 만큼 삼성전기의 ESL 기술력을 과시하기에 더없이 좋은 기회였다.
학회가 끝난 뒤에도 최 사장은 유럽 내 거래선과 비즈니스 미팅을 진행하는 등 지난주 내내 유럽에서 머물다가 주말에 귀국했다. ESL은 플라스틱 태그에 가격 등 제품 정보를 표시하는 기기로, 올해 삼성전기의 ESL 관련 매출은 14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최 사장이 연초에 제시했던 목표치 2000억원과 격차가 있는 수치다. 최 사장이 글로벌 시장을 누비며 추가 거래선 확보에 주력하고 있는 이유다. 다만 ESL 시장 규모는 올해 1조원대에서 2017년 5조원 이상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등 향후 전망은 나쁘지 않은 편이다.
삼성그룹 전체 실적 부진의 주범으로 꼽히고 있는 삼성전자 IT·모바일(IM)부문의 신종균 사장도 회생을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고 있다. 신 사장은 스마트폰 신제품인 갤럭시 노트4의 글로벌 출시를 앞두고 현장 점검을 위해 지난 2일 미국으로 출국했다.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애플의 아이폰6에 대항할 수 있는 전략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그룹 고위 관계자는 “삼성전자 실적이 악화하면서 디스플레이와 배터리, 회로기판 등을 공급하던 계열사들도 판로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신수종 사업을 중심으로 어떻게든 해외에서 활로를 찾기 위해 CEO들이 직접 발로 뛰고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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