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춘오 라라 편집장] 잘 익은 김치 같은 공연이 대부분인 국악계. 지난달 12일과 13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예술극장에서 열린 박순아·조종훈의 ‘고금고금 프로젝트’는 지금 흔하게 먹는 배추김치의 역사가 고작 100년 남짓이라는 걸 일깨워주는 공연이었다. ‘장고의 과거’와 ‘가야금의 현재’를 결합한 것이 이번 공연의 기획의도였다. 조종훈은 장고의 전신인 ‘세요고’라는 악기와 이 악기의 연주법이었던 손으로 치는 타법을 선보였고, 박순아는 개량되고 변화를 거듭해 온 25현 가야금으로 19세기에 출현한 12현 가야금 산조를 연주했다.
첫 곡은 다스린다는 뜻의 ‘다스름’이었다. 주로 독주용 악기로 이용됐던 국악기의 음정과 호흡을 맞추려 연주하는 짧은 곡을 다스름이라 부른다. 귀가 밝지 않은 관객이 들어도 느낄 수 있으면 좋겠는데 이날 다스름은 현대 창작곡을 듣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가야금의 상청(높은 소리)과 꽹과리는 어울리지 않았는데 차라리 하청과 어울릴 수 있도록 편곡의 방향을 잡았으면 어땠을까 싶다.
동해안별신굿 이수자인 조종훈은 채를 사용하지 않고 세요고를 연주했다. 고려시대 이전의 맨손 연주법을 상상한 것이 ‘수타 세요고’다. 사실 기획력은 참신했지만 관객에게 그대로 전달되지는 못했다. 악기와 연주자가 한몸이 되지 않은 듯해 아쉬움을 남겼다. 대략 5분에 걸친 연주시간도 세요고의 맛을 알기에는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1964년 성금연 명인이 경기도당굿 장단을 바탕으로 작곡한 ‘새가락별곡’은 지순자가 이어받았던 것을 12현 제자인 박순아가 25현으로 다시 해석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 공연에선 25현으로 12현 산조의 맛을 담아내려는 그간의 노력이 뚜렷하게 드러나지 못했다. 다만 저음 활용이 깔끔하다든지 갈수록 연주의 표현력이 나아지고 있는 데서 박순아에게 거는 기대는 여전하다.
이날 박순아의 실력을 제대로 드러낸 곡은 오히려 ‘청’이었다. 동해안 오귀굿의 ‘어청보’ 무가를 모티브로 작·편곡한 곡. 오른손은 긴장감을 던지고 왼손은 그것을 달래는 듯한 연주를 보면서 박순아의 감성과 표현력의 이름값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산조가 출현한 지 100년이 지난 지금, 그 어느 때보다 발전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가야금 산조를 창시한 김창조가 이 시대에 다시 연주한다 해도 역사적 가치를 제외한다면 완성도에서만큼은 박한 평가를 내릴 수밖에 없지 않을까. 이번 공연에서 관객들은 새로운 시도라는 관점보다 25현 가야금에서 연주기량이 가장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박순아가 얼마나 12현의 전통수법을 담아냈을가에 초점을 맞췄을 것이다. 이런 만큼 박순아는 앞으로 좀 더 적극적으로 열린 무대에서 관객들을 만나 25현의 단점을 극복하기보다는 장점을 부각시키려는 데 힘을 쏟는 것이 어떨까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