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1일, 메디인테크는 전동식 AI 내시경 시스템 '인티온 에스(INTION S)'와 '인티온 에스 AI'(INTION S AI)를 국내 공식 출시했다. 소화기 내시경 영역에서 피지컬AI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제품이다. 이데일리 제약·바이오 프리미엄 콘텐츠 팜이데일리는 이치원 대표를 만나 향후 시장 공략에 대해 직접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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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식 내시경 50년 벽을 전동화로 허물다
메디인테크가 선보인 인티온 에스는 연성 내시경 분야에서 50여년간 유지돼 온 기계식 조작 방식을 전동화한 시스템이다. 기존 내시경은 의료진이 손으로 다이얼이나 휠을 돌려 내시경 끝부분의 방향을 조작하는 구조다. 와이어가 손의 힘을 그대로 전달하는 방식이어서, 장시간 시술 시 손목과 어깨에 부담이 누적될 수밖에 없었다. 인티온 에스는 이 힘을 모터로 대체했다. 전동 구동 기술을 적용해 조작부 무게를 기존 610g에서 350g으로 약 40% 이상 줄였고, 휠 조작에 필요한 힘도 최대 85% 감소시켰다.
이 같은 변화는 임상 현장에서도 체감됐다. 메디인테크는 지난 2년간 서울대병원을 포함한 국내 주요 대학병원 6곳과 협력해 약 500건의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기존 외산 내시경 대비 임상적 비열등성과 함께 시술자의 신체적 피로도·작업 부담 감소 효과를 확인했다.
이치원 대표는 임상 결과를 두고 "원래는 의사가 손으로 내시경 휠을 돌리는 힘을 직접 다 냈어야 했다"며 "인티온 에스를 사용하면 의사는 전기 신호만 주면 되고 모터가 그 힘을 대신 내주는 구조이기에 치료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다는 피드백이 가장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제품 대비 성능이 떨어지지 않았고, 편의성은 오히려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다"며 "의사들이 쓰던 익숙한 조작감은 유지하면서 무게는 덜어낸 사용자 경험(UX) 혁신에 공들인 결과"라고 덧붙였다.
내시경에 피지컬AI를 입히다
이번에 함께 출시한 인티온 에스 AI는 메디인테크가 피지컬AI 전략의 핵심으로 내세우는 술기 보조 솔루션으로 총 세 가지가 출시됐다. '엔도파일럿(EndoPilot)'은 내시경이 체내에서 가야 할 방향을 AI가 미리 찾아 안내하는 내비게이션 기능이다. '엔도트랙(EndoTrack)'은 시술 도중 환자의 움직임이나 호흡으로 병변이 화면 밖으로 벗어나면, AI가 내시경 끝부분의 방향을 실시간으로 조정해 병변을 다시 화면 중심에 맞춰주는 트래킹 기능이다. '엔도리섹트(EndoResect)'는 병변을 절제하는 시술 단계에서 정밀한 조작을 보조한다. 진단 보조 솔루션의 위암 진단 성능 평가에서 악성 병변 민감도 96.33%·특이도 99.39%를 기록하는 등 우수한 성능을 입증했다.
세 솔루션 모두 의료진이 버튼이나 발판을 누르고 있는 동안에만 AI가 개입하고, 손을 떼면 즉시 비활성화되는 구조다. AI가 길을 안내하거나 시야를 보정해주되, 최종 결정과 제어권은 항상 의료진에게 남도록 설계했다. 테슬라의 완전자율주행(FSD·Full Self-Driving)이 운전대를 잡지 않아도 차량이 스스로 길을 찾고 방향을 조정하듯, 메디인테크의 엔도파일럿과 엔도트랙도 의사가 일일이 조작하지 않아도 AI가 내시경의 진행 방향과 병변 추적을 스스로 수행한다는 점에서 비슷한 구조다.
이 대표는 "의사들에게서 이런 자율 조향 기능이 있으면 좋겠다는 피드백을 받았다"며 "기존 일본 기계식 내시경은 의사가 손으로 와이어를 당겨야 움직이는 원리이기에 AI가 방향을 알아도 직접 조향할 수가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내연기관차에 FSD 소프트웨어만 얹는다고 자율주행이 되는 게 아닌 것과 같은 이치다. 메디인테크는 내시경을 먼저 전동화해서 이 하드웨어적 배경을 처음으로 깔아놨기 때문에, 그 위에 피지컬AI를 얹을 수 있었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특히 이 대표는 "현재까지 의료 AI 기업들은 대부분 화면을 분석해서 병변을 찾아주는 AI에 치우쳐져 있다"며 "메디인테크의 엔도파일럿이나 엔도트랙은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서, AI가 찾은 병변 위치로 내시경이 실제로 움직이게끔 제어까지 해주는 '피지컬AI'라는 점에서 의료 영역에서 이걸 현실적으로 구현해서 보여주는 회사는 아직까지 없다"고 강조했다.
시장이 먼저 알아본 기술력… 넥스트 스텝은 시리즈 C
메디인테크는 창업 이후 민간 투자와 국가 연구개발 사업을 양축으로 성장 재원을 확보해왔다. 2024년 진행했던 시리즈B까지 누적 민간 투자액은 280억원에 달한다. 시리즈C는 오는 7월 중순 오픈 예정이며, 상장 목표 시점은 2028년 하반기다.
국가 연구개발 사업 비중도 크다. 메디인테크는 2021년 범부처 전주기 의료기기 연구개발사업 주관기관으로 선정돼 95억원 규모 과제를 수주했고, 올해 4월에는 후속 사업인 범부처 첨단 의료기기 연구개발사업 주관기관으로 다시 선정되며 228억원 규모 과제를 추가로 확보했다.
이번 2기 과제는 서울대학교병원, 서울대학교, KERI,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이 함께 참여하는 산·학·연·병 협력 체계로 꾸려졌다. 메디인테크가 지능형 전동식 로봇 내시경 플랫폼 개발을 총괄하고, 서울대병원은 임상시험과 기술 검증을, 서울대는 진단 및 수술 보조 AI 알고리즘 개발을, KERI는 광학 및 영상 처리 기술을, DGIST는 로봇 내시경 구동 핵심 요소 기술 개발을 각각 맡는다. 연구 범위도 기존 소화기 내시경을 넘어 십이지장경·담도경 등 특수 내시경, 그리고 초소형 다관절 수술 기구 개발까지 확대된다.
이 대표는 "1기 과제에서 전동 내시경을 만들었다면, 이번 2기 과제는 그걸 넘어 로봇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라며 "회사가 나아가려는 방향성과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큰 예산을 잇따라 투입하는 배경에는 내시경 국산화에 대한 의료계의 위기감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2019년에 일본이 화이트리스트 문제를 일으켰을 때, 국내 의사들은 '내시경 수입이 막히면 어떻게 되냐'는 우려를 제기했다"며 "내시경 국산화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기술 주권이 일본에 있다는 것이 의료계에도 실질적인 위기로 인식됐다"고 말했다.
"소화기 내시경은 시작일 뿐, 수술 로봇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
글로벌 연성 내시경 시장에서 일본 제품 점유율은 95% 이상이다. 나머지를 독일과 중국 업체들이 나눠 갖고 있는 상황에서, 메디인테크는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이 대표는 "일본 내시경 기업들을 보면 카메라 필름을 만들던 영상 회사에서 출발했다"며 "스마트폰이 나오면서 영상 기술은 누구나 다루는 보편 기술이 됐는데도, 일본 업체들은 치료까지 아우르는 편리한 시스템을 만드는 데는 완전히 등한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복강경 수술 로봇 '다빈치'로 경성 수술 로봇 시장을 사실상 독점한 미국 기업 인튜이티브서지컬을 예로 들며 "다빈치가 경성 수술 로봇의 표준이 된 것처럼, 메디인테크는 연성 내시경 기반 수술 로봇 플랫폼에서 그 자리를 차지하는 게 목표"라고 제시했다.
해외 진출도 시작됐다. 인티온 에스는 현재 몽골과 필리핀에서 선제적으로 쓰이고 있고, 태국과 인도네시아에서도 허가를 완료했다. 국내에서는 이달 출시된 만큼 3분기 이후 본격적인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매출이 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해외 시장 중에서도 이 대표가 공략 1순위로 꼽은 건 시장 규모가 가장 큰 미국이다. 메디인테크는 현재 미국 진출을 위한 FDA 인증을 준비 하고 있다.
이 대표가 그리는 최종 목표는 단일 제품 기업이 아닌 수술 로봇 플랫폼 기업이다. 메디인테크는 연성과 경성 내시경의 장점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수술 로봇을 장기 개발 과제로 두고 있다. 그는 "수술 로봇 분야에서 퍼스트 무버가 되고 싶다"며 "소화기 내시경은 로봇 플랫폼의 첫 제품일 뿐이고 향후 기관지, 요관 내시경처럼 진료과를 달리하는 다양한 내시경들을 개발해서 합치면 결국은 자연 개구부를 통한 수술 로봇 플랫폼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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