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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투자는 올해도 급증세를 타며 작년 말 보관금액(1041억 8835만달러·142조 6860억원)보다 330억 6953만달러 늘었다. 이는 2022년 말(766억 8632만달러·105조 219억원)과 견줘 78.99% 급증한 수치다.
특히 서학개미의 매수세가 집중되는 미국 주식 보관금액은 현재 914억 5843만달러(125조 2523억원) 수준으로 올해에만 234억 3494만달러(32조 942억원)가 증가했다.
코로나19 직후만 해도 발 빠른 일부 개미들의 전유물이었던 해외 주식투자는 이제 모든 투자자의 ‘필수’가 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해외 증권 투자에서 개인이 차지하는 비중(잔액 기준)은 2019년 말 7.3%에서 지난해 말 20%로 커졌다.
시장에서는 미국 주식을 사려는 개인투자자의 달러 수요가 보태지면서 환율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하려면 달러를 매입한 후, 주식을 사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 코스피는 2.31% 하락했지만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지수의 상승률은 22.95%에 달한다. 게다가 소액주주 수가 424만명으로 ‘국민주’라 불리는 삼성전자는 올해만 24.59% 내렸다.
이승호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상대적으로 부진한 국내 주식시장 속에 투자 수익률을 높이려는 요구가 맞물리며 해외주식 투자가 급증하고 있다”면서 “개인 투자자의 공격적인 투자가 급속도로 증가하며 환율상승 압력 등 외환 수급에 미치는 영향력도 점차 커졌다”고 분석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 역시 “연말에 가까워지도록 금융투자소득세 이슈가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코스피를 대표하는 삼성전자마저 부진에 빠지며 해외 투자에 관심 없던 투자자들마저 ‘국장은 답이 없다’, ‘이럴 거면 미국 주식을 사자’라는 분위기가 조성됐다”며 “미국 주식이 분산 투자를 위한 대안이 아니라 국장의 대체재로 부각하며 투자금 또한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해외 주식 투자가 단기적인 달러 강세를 부추긴다고 해도 그 자체를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투자자의 수익률을 제고할 수 있을 뿐 더러 외화유동성이 악화 됐을 때 투자자들이 보유한 달러 자산이 안전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달러 강세 속에 미국 자산에 투자하는 개인이 크게 늘어난 것이 올해 원·달러 환율에도 일정한 부분 영향을 미쳤다”면서도 “다만 개인들이 확보한 해외 자산은 앞으로 위기가 왔을 때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파제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한편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5.50원 상승한 1375.20원에 마감했다. 6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두 달 반 만(8월 8일, 1377.20원)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