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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은행 자본금은 지난해 말 기준 6806억원이다. 시중은행 자본금 요건은 총족한 것이다. 사업성 평가는 주관적 측면이라 큰 걸림돌이 되지 않을 전망이다. 결국 남는 건 객관적인 지배구조 이슈다. 대구은행은 DGB금융지주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어 은행 지분구조는 문제가 없다. 모회사인 DGB금융지주는 최대주주가 국민연금(8.78%)이며 OK저축은행과 우리사주조합이 각각 8%와 3.95%를 들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4%이상을 들고 있는 OK저축은행이 비금융주력자인지 금융주력자인지 이슈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지금 보기에는 금융주력자로 보이나 실제 신청을 받으면 검토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비금융주력자 여부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비금융자산이 2조원 이상인지 여부다. 다만,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대구은행의) 지배구조 이슈에서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본다”며 “이르면 연내 심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했다.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효과에 대해서는 시각이 엇갈린다. 일단 상징적인 효과는 크다. 신규 시중은행이 탄생하면 1992년 평화은행 이후 30여년만이다. 특히 지방에 본점을 둔 최초의 시중은행이 탄생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 여기에 이미 은행업을 영위한 자가 업무영역과 규모를 확대하는 것이라 빠른 시일내 안정적인 실효적 경쟁을 기대해볼 수 있다. 김소영 부위원장은 “사이즈는 작지만 시중은행 5개에 하나가 늘어난다는 자체가 큰 의미가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상당한 효과가 생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실질적인 파급력은 크지 않다는 시각도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사이즈 차이가 커 상징적인 효과 이상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비대면 영업이 활성화됐고 지점을 공격적으로 늘리기도 어려워 또하나의 인뱅이 등장하는 정도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지난 3월말 기준 대구은행의 총자산(은행계정 기준)은 67조원 규모, 연결 당기순이익은 1280억원 수준이다. 자산측면에서 같은기간 국민은행(493조원), 하나(471조원), 신한(445조원), 우리(420조원), 농협(383조원)은행과는 차이가 크다. 국민은행에 견주면 7분1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이를 감안한듯 금융당국은 은행의 인가 원칙 자체를 바꾸어 경쟁 환경을 조성했다고 강조했다. 기존에는 당국이 인가 방침을 발표한 뒤 인가 신청과 심사를 진행했지만, 앞으로는 요건만 충족하면 언제든지 인가를 내주겠다는 것이다. 김소영 부위원장은 “기존에는 (은행)문이 닫혀 있었다. 이제는 문이 열려 있다는 것”이라며 “은행 산업을 잠재적 경쟁자가 항상 진입할 수 있는 경합시장으로 바꿔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런 측면에서 당국은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TF를 통해 저축은행 등의 몸집을 키워 시중은행을 위협할 잠재적 경쟁자로 만들기 위한 복안도 내놨다. 구조조정 목적이거나 비수도권 저축은행의 경우 영업구역 제한없이 4개사까지 인수를 허용해 저축은행 M&A를 촉진한다는 계획이다. 저축은행은 현재 전국 6개 권역의 각 권역에서만 영업이 가능하다.
다만, 비은행권에 지급결제를 허용하는 문제는 ‘검토 계속’라는 사실상의 무산으로 끝났다. 은행 수신과 지급 결제 부분에서 경쟁을 촉진하는 방안은 도입되지 않은 것이다. 또한 올 초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금융 안전성 이슈가 부각돼 초반 논의의 핵심이었던 특화 전문은행이나 스몰 라이선스(소규모 인허가) 도입도 물거품이 됐다. 전직 금융당국 출신의 한 관계자는 “많은 이슈를 다뤘지만, 운이 없게도 금융시장 불안 이슈가 부각돼 개혁의 동력을 상실한 측면이 있다”며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은 그나마 용두사미로 끝날 TF의 체면을 살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