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반한 문화유산의 보고, 전북 고창 고창 갯벌 등 韓 갯벌 세계자연유산 등재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이 이어 두번째 2011년 람사르습지로 등록된 ''운곡습지'' 세계 최대의 고인돌 유적지 ‘고창고인돌’
서해안바람공원 전망대에서 바라본 일몰 풍경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전북 고창. 오랜 역사와 유서 깊은 문화, 풍요로운 자연, 정겨운 사람들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아름다운 땅이다. 사계절 내내 산과 들, 그리고 갯벌과 바다에서 다양한 생명체들이 내뿜는 강인한 생명력을 느낄 수 있다. 유네스코(UNNESCO) 역시 고창 전역을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했다. 이어 고창고인돌은 세계문화유산으로, 판소리와 고창농악은 인류문화유산으로 지정하는 등 유네스코의 사랑을 독차지할 정도로 세계문화유산의 도시가 바로 고창이다. 여기에 최근 하나가 더 추가됐다. 고창갯벌을 포함한 ‘한국의 갯벌’이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것. 이제 고창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가 보존하고 가꿔야 할 보물도시가 된 셈이다.
전북 고창의 동호해수욕장 갯벌
◇제주 이어 세계자연유산이 된 고창갯벌
국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은 몇 개나 있을까. 정답은 두개다. 지난 7월 ‘한국의 갯벌’이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되면서 두개가 됐다. 이전까지는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이 유일했다. ‘한국의 갯벌’은 전북 고창갯벌을 비롯해 충남 서천갯벌, 전남 신안갯벌, 전남 보성·순천갯벌 등 모두 4개다. 우리나라 서해안 갯벌은 캐나다의 동부해안, 미국의 동부해안, 북해연안 및 아마존강 유역과 더불어 세계 5대 갯벌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그중 신안이나 순천 갯벌은 일찌감치 이름난 곳. 고창갯벌은 이보다 이름은 덜 알려졌지만, 세계자연유산에 지정된 의미는 깊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최근 등재된 전북 고창의 곰소만(줄포만) 갯벌에는 다양한 생물들이 서식하고 있다.
유산에 등재된 갯벌은 지역마다 특징이 있는데 만돌마을 일대를 중심으로 펼쳐진 고창갯벌은 펄 갯벌과 모래 갯벌이 조화를 이루며 저어(底魚) 생태계를 형성하는 곳으로 흰물떼새, 검은머리물떼새, 민물도요 등 멸종위기종이 서식하고 있어 주목받았다.
이 갯벌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두어마을 ‘람사르고창갯벌센터’와 ‘갯벌식물원’을 찾아가야 한다. 람사르고창갯벌센터의 갯벌생태해설 프로그램은 다른 곳에서 접할 수 없는 귀한 기회다. 센터 앞에 펼쳐진 갯벌 주위를 걸어서 또는 자전거로 돌아볼 수 있으며 센터에서 운영하는 자전거 대여와 탐방용 전기차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도 있다. 이색적인 정취 때문에 전국의 사진가들이 찾고 있는 갯벌식물원은 센터 바로 앞에 있어 함께 둘러보기 좋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전북 고창의 곰소만(줄포만) 갯벌의 광활한 모습
갯벌체험 프로그램으로 유명한 만돌마을에는 바람공원 있다. 바람공원의 갯벌전망대에 올라서면 칠산바다의 외죽도(대죽도·소죽도)가 갯벌과 함께 한눈에 들어온다.해리면의 동호해수욕장에서도 고창갯벌을 만날 수 있다. 썰물이 되면 모래사장 끝으로 모래 성분이 많은 혼합갯벌 형태의 갯벌이 이어진다. 경사가 완만해 어린이가 있는 가족 여행객들도 안전하게 즐길 수 있다. 다만 갯벌을 살펴볼 때는 사전에 물때를 알고 가야 한다. 썰물 때 찾아야 갯벌의 모습을 제대로 만날 수 있다.
유네스코 람사르 생태공원으로 보호중인 운곡습지에는 희귀 보호종인 가시연꽃을 만날 수 있다.
◇30년간 사람 손길 끊기자 원시림이 깨어나다
고창은 모든 지역이 유네스코가 지정한 생물권보전지역이다. 대표적인 곳이 운곡습지다. 지난 2011년 람사르습지로 등록된 이곳은 국가생태관광지로 멸종 위기의 야생동물을 비롯한 희귀 동식물을 관찰할 수 있는 최고의 장소다.
운곡람사르습지를 찾아가는 길. 서해안고속도로 고창 IC에서 자동차로 약 8분이면 생태계의 보고인 운곡람사르습지다. 길게 뻗은 4차선 고속도로에서 상상할 수 없던 호젓한 숲길과 원시 비경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멸종 위기에 처한 수달과 삵이 갈대숲을 헤쳐 물고기를 잡거나, 배설물로 이곳이 터전임을 알린다. 운곡람사르습지에만 총 860여 종의 생물이 서식하고 있다.
유네스코 람사르 생태공원으로 보호중인 운곡습지에서 만난 물잠자리
운곡람사르습지의 운명은 1980년대에 바뀌었다. 정확히 말하면 1981년 전남 영광에 한빛원자력발전소가 들어서면서다. 발전용 냉각수를 공급하기 위한 운곡댐건설이 그 시작이다. 고창군 아산면을 관통해 지나가는 주진천을 댐으로 막아 운곡저수지가 생기면서, 그곳에 자리한 운곡리와 용계리가 수몰됐다. 물에 잠기거나 경작이 금지돼 삶터를 잃은 9개 마을, 158세대 360명이 고향을 떠나야 했다. 습지를 개간한 계단식 논도 사라졌다.
유네스코 람사르 생태공원으로 보호중인 전북 고창의 운곡습지의 탐방로
이후 30여 년이 흘러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폐경지는 놀라운 변화를 겪는다. 사람은 대대로 살아온 터전을 잃었지만, 인적이 끊기니 경작으로 훼손된 습지는 원시 모습을 되찾은 것이다. 여기에 습지 인근에 분포한 고창 고인돌 442기가 2000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록되면서, 무분별한 개발을 막을 두 번째 계기가 마련됐다.
람사르운곡습지 탐방안내소를 기점으로 탐방을 시작한다. 1·3코스는 고인돌유적지 탐방안내소에서, 친환경주차장에서는 2·4코스가 시작된다. 1코스(3.6km, 왕복 1시간 40분 소요)는 탐방안내소에서 운곡습지생태연못, 생태둠벙을 거쳐 운곡람사르습지생태공원까지 이어진다. 거리가 가장 짧아 일반적으로 선호하는 코스다.
◇세계 최대의 고인돌 유적지 ‘고창고인돌’
고창의 또 다른 이름은 ‘고인돌 왕국’이다. 전 세계 8만여기 중 한국에만 3만 5000여기가 있고, 고창, 화순, 강화도 고인돌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이중에서도 고창 지역에 가장 많은 고인돌이 분포한다. 숫자만 따지면 단위 면적당 밀집도가 세계에서 가장 높다.
고창고인돌 중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된 고인돌은 447기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탁자식(잘 다듬은 판석 3~4개를 받침돌로 세우고 그 위에 평평한 덮개돌을 얹은 형태), 바둑판식(탁자식과 비슷하나, 받침돌이 더 작고 덮개돌이 더 크고 무거운 형태), 개석식(받침돌이 없으며, 땅속에 무덤 방을 만들고 바로 덮개돌을 얹은 형태) 등 다양한 고인돌을 한 지역에서 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전북 고창의 고인돌 유적지
고창고인돌유적지에서 고인돌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먼저 탐방안내소 옆 고창고인돌박물관을 찾아간다. 고인돌은 보는 것만으로 실체를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는 고인돌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는 물론, 청동기시대 고창 지역에 살던 사람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특히 2층 상설전시실에 올라가면 고창고인돌의 특징, 분포 현황, 형식과 구조 등을 자세히 알 수 있다. 야외전시실에서는 고인돌을 만들 때 커다란 돌을 어떻게 옮겼는지 체험할 수 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전북 고창의 고인돌 유적지
고인돌유적지는 전기 버스와 열차로 쉽게 탐방할 수 있다. 탐방 코스 중 백미는 1~3코스다. 특히 1코스에는 커다란 덮개돌에 비해 받침돌이 낮은 탁자식 고인돌과 전형적인 바둑판식 고인돌을 볼 수 있다. 이 가운데 ‘2509호 고인돌’에는 슬픈 이야기가 전해진다. 인천 강화도에 사는 군장의 아들이 싸움에서 패해 고창 매산마을까지 왔는데, 마을 군장의 딸과 사귀게 됐다. 그러나 군장은 딸의 혼인을 허락하지 않았다. 사랑을 이루지 못한 딸은 죽음을 택했고, 아버지는 죽은 딸을 기리며 고인돌을 세웠다고 한다. 받침돌은 탁자식으로 하고 덮개돌은 바둑판식으로 해 둘의 사랑을 인정해주었다는 전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