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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CME)에 따르면 서부텍사스산원유(WTI), 브렌트유가 배럴당 70달러대를 회복했고, 두바이유도 70달러 수준으로 상승했다.
유가는 OPEC+가 지난 19일 내달부터 매달 하루 40만 배럴씩 감산을 완화하기로 합의했지만 직후에만 60달러 중후반 수준으로 하락한 뒤 저가 매수에 3일 연속 오른 것이다. 22일 북해산 브렌트유 선물은 배럴당 73.79달러로 전일대비 1.56달러 올랐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71.91달러로 1.61달러 상승했다. 두바이유 현물도 2.76달러 오른 71.43달러였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OPEC+가 감산 완화에 전격적으로 합의한 점과 국내외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한 경기 둔화 우려 등을 국제유가 하방 요인으로 분석하면서 연평균 가격이 70달러에 못미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에 따라 국제유가가 국내 경제에 인플레이션을 만들어낼 수준은 아니란 분석이다.
OPEC+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非) OPEC 산유국으로 구성된 주요 산유국 간 협의체로,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13개 산유국 모임인 OPEC와 러시아 등 10개 비OPEC 산유국들이 모여 산유량과 가격 수준을 조정한다. 현재 하루 580만배럴을 생산하고 있지만 40만배럴씩 더 많은 양을 생산하기로 했다. 내년 9월까지 단계적인 증산도 계획하고 있다.
정준환 에너지경제연구원 석유정책연구팀장은 “유가가 70달러대 넘어간 2분기에도 올해 연평균 유가가 60달러 후반대에서 70달러 사이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존 전망을 바꾸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 팀장은 최근 OPEC+의 감산 합의 영향도 있지만 델타 변이 확산에 따라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 근본적으로 유가를 하향 안정화시키는 요인이 될 것으로 봤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인도에서 처음 확인된 코로나19 델타 변이가 전 세계 124개국에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몇 달 내 지배종이 될 수 있다고 점쳤다.
정 팀장은 “국내유가는 시차를 두고 국제유가를 반영하는 측면이 있어서 한 달 정도는 오름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지만 이와 별개로 국제유가가 80달러대까지 간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하반기로 갈수록 낮아질 하방 압력이 더 크다”면서 “국내 경제에 물가 상승을 우려할 수준으로 오를 것 같지 않다”고 예상했다.
특히 우리 경제의 유가 의존도도 많이 낮아져 1980~1990년대처럼 유가 상승에 따라 국내 물가가 폭등하던 때와는 다를 것이라는 분석도 한몫하고 있다. 에너지 의존도도, 석유 의존도가 하락하고 있어서 물가적 요인은 매년 줄어들고 있다. 1974년, 1980년 1, 2차 석유 파동기를 겪으면서 에너지원이 핵발전 등으로 다양화했고, 에너지 활용의 효율성도 높아진 영향이다.
실제 총 에너지에서 석유류 수요도 최근 급격히 줄고 있다. 일차 총 에너지 중 전년동기대비 석유 수요 증감율은 2018년 -0.6%에서 2019년 -3%,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이 시작된 지난해에는 -5.1%로 나타냈다. 탄소중립에 대한 필요성과 관심이 증가함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석유, 석탄 등의 에너지원을 친환경, 신재생 에너지로 바꾸고자 하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국제유가 상승률(두바이유 기준)이 33.64%(연평균)에 달하던 2004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4.7%, 물가상승률은 3.6%에 그쳤다. 2005년에도 국제유가 연평균 상승률이 49.37% 수준에 달했지만 물가는 2.7% 증가에 머물렀다. GDP 증가율은 4%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