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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애니메이션·라이브 음악·연극이 한데 어우러진 독특한 공연이 국내 무대에 오른다. 영국 극단 1927의 연극 ‘골렘’(16~19일 LG아트센터)이다.
이 작품에는 연극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무대 세트가 등장하지 않는다. 극장에 들어서면 관객을 맞이하는 것은 영화관에서 볼 수 있는 큰 스크린이다. 조명이 꺼지면 배우들은 스크린을 세트로 삼아 연기를 시작한다. 스크린에는 손으로 직접 그린 애니메이션 영상이 펼쳐진다. 관객은 어느 순간 자신이 연극을 보는지 영화를 보는지 헷갈린다. 연극과 영화의 경계가 희미해지면서 남는 것은 현실과 환상이 뒤섞이는 묘한 체험이다.
◇‘연극의 미래’ 수식어 붙은 극단
1927은 애니메이터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폴 배릿이 작가 수잔 안드레이드와 함께 2006년 창단한 공연단체다. 2007년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데뷔작 ‘비트윈’을 발표한 이들은 ‘들어본 적도 없는 극단의 지독히도 좋은 작품’이라는 평가와 함께 전 세계 공연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애니메이션을 배경으로 배우가 연기하는 독특한 연출 스타일 때문에 ‘연극의 미래’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공연을 앞두고 한국을 찾은 폴 배릿 예술감독을 15일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에서 만났다. 그는 1927만의 독특한 작업 스타일에 대해 “관객에게 공연의 생생함을 전하기 위해 애니메이션과 연극이 결합된 방식으로 작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연극·영화·오페라 등 많은 예술장르가 있지만 중요한 것은 이런 각 장르의 다양한 기술을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한 고민이다”라며 “이 모든 요소를 총망라하는 하이브리드적인 제작방식으로 공연의 놀라운 미래를 제시하고 싶다”고 말했다.
극단 이름은 유성영화가 처음 등장한 1927년에서 따왔다. 배릿 예술감독은 “1927년 이전에는 영화에서도 연극적인 요소를 찾을 수 있었다. 무성영화는 라이브 연주와 함께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이러니하게도 1927은 유성영화 등장 이전 무성영화가 보여준 연극성을 추구한다. 배릿 예술감독은 “우리도 애니메이션처럼 새로운 기술을 이용해 색다른 미학을 만들어내고 있지만 이를 ‘하이테크놀로지’라고 표현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들의 작품은 한 편의 무성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이는 배릿 예술감독이 혼자 손으로 그린 애니메이션 때문이기도 하다. 배릿 예술감독은 “애니메이션을 만들 때 클로즈업처럼 영화적인 요소는 사용하지 않는다”면서 “애니메이션을 이용하는 이유도 연극적인 성격을 끊임없이 상기시켜주기 위함이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애니메이션도 연극적인 느낌이 강하다 보니 많은 이들이 ‘꿈을 꾸는 것 같다’는 감상을 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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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모양의 점토인형 ‘골렘’이 소재
‘골렘’은 유대교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사람 모양의 점토인형 골렘을 소재로 한다. 소심한 주인공 로버트가 말하는 점토인형 골렘을 갖게 되면서 일상이 송두리째 바뀐다는 내용을 그린다. 2014년 영국 런던에서 8주간 공연해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배릿 예술감독은 “작품 속 골렘은 아이폰 같은 현대사회의 최첨단 기술을 뜻하는 ‘메타포’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대사회에서 사람들이 기술을 어떻게 생산하고 소비하고 통제하는지가 중요하다는 문제의식을 담은 작품‘이라면서 “골렘과 인간의 관계를 통해 기술이 자본주의의 병폐와 어떻게 맞물리는지를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작품의 주제를 밝혔다.
새로운 기술을 통한 독특한 미학을 추구하지만 이들의 작업 과정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가내수공업처럼 이뤄지고 있다. 배릿 예술감독은 “보통의 공연에서 영상은 작업 과정 후반부에서 부차적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지만 우리는 작품 초반부터 영상 디자인을 함께 진행해 손이 많이 간다”고 말했다.
배우들의 연기 지도도 여느 연극 못지않게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배릿 예술감독은 “공동 예술감독인 안드레이드가 연출과 연기 지도를 담당한다”면서 “배우가 애니메이션과 어울리게 연기하면서도 과장되지 않게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해서 많은 리허설을 통해 섬세하게 연기의 층을 쌓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1927는 ‘비욘드’를 시작으로 ‘동물과 아이들이 거리를 점거하다’와 ‘마술피리’, 이번에 공연하는 ‘골렘’까지 매번 새로운 내용의 작품을 선보여왔다. 최근에는 서커스를 이용한 ‘페트로슈카’를 제작하기도 했다. 배릿 예술감독은 “우리의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가 있다면 그것은 세상에 존재하는 불공평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라면서 “그럼에도 우리는 영국 사람들이기 때문에 유머를 가지고 현실적인 문제에 접근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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