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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종대 한국감정원 원장(사진·56)은 중학교 때부터 공직자의 길을 걷겠다고 결심했다. 지난 1981년 행정고시 25회에 합격한 후 처음 읽었다는 정약용 선생의 ‘목민심서’는 지금도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이 찾아보는 책 가운데 하나다. 서 원장은 목민심서에는 공직자가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 구체적으로 담겨 있다고 말한다. “목민심서에 나오는 공직자의 자세는 몇백 년이 지난 지금도 크게 변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공직자를 꿈꾸는 젊은이들이라면 목민심서에 기록된 수령의 역할을 가슴 깊이 새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정조를 만나 실학자로 승승장구하던 다산 정약용 선생은 정조의 죽음과 함께 긴 유배 생활을 시작한다. 목민심서는 신유사옥으로 전라도 강진에서 19년간 귀양살이를 하다 풀려난 해인 1818년(순조 18년)에 완성됐다. 이 책은 ‘수령’이라 불리던 고위 지방공무원들이 백성에게 가져야 할 마음가짐과 덕목, 그리고 마땅히 해야 할 공무(公務)를 구체적이고 논리적으로 설득한다. 부패가 극에 달한 조선 후기 지방 사회와 정치의 실제를 밝히고 관리자가 취해야 할 일들을 적고 있다. 오랫동안 벼슬을 떠나 야인으로 지내며 느낀 수령의 존재 이유는 백성을 돌보는 데 있다고 강조한다.
서 원장이 목민심서에서 가장 주목한 부분이 바로 청렴이다. 실제로 서 원장은 2014년 3월 한국감정원장 취임 직후 익명 부패 신고센터를 설치해 금품수수 등 비위행위 처벌 기준을 강화하고 지사별 ‘청렴 지킴이’를 활용한 자율 청렴 시책을 활성화했다. 그 결과 감정원은 국민권익위원회가 실시한 청렴도 2년 연속 최우수등급 기관에 뽑혔다. 서 원장은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을 앞두고 공직자의 올바른 처신이 더욱 주목받고 있는 상황에서 공직자의 청렴에 대해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47년만에 새출발하는 감정원…“소통 중심의 감독기관 될 것”
서 원장은 ‘소통’이라는 키워드에도 주목한다.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 재직 시절 추진했던 경기도 판교신도시와 동탄신도시 개발 때 일일이 주민을 찾아 사업을 설명하고 설득했던 경험이 밑거름됐다. 우려와 기대가 공존하는 정책 추진에서 주민과의 소통만이 믿음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을 몸소 깨달은 셈이다.
감정원은 지난 1일 정부 산하 감정평가 전문기관으로 설립된 지 47년 만에 ‘부동산시장 조사·통계 전문기관’으로 새 출발을 알렸다. 감정원 출범 이래 이어지던 감정평가 수주 업무를 내려놓고 감정평가 타당성 조사와 보상·담보평가 검토 등 감정평가 심판기능을 전담하게 된 것이다. 서 원장은 “국내에서 부동산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지만 금융감독원과 한국소비자원처럼 시장을 체계적으로 감독하는 기관이 없었다”며 “남은 임기 동안 감정원이 소통 중심의 감독기관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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