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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독일 최대 은행 도이체방크를 이끌어가던 안슈 자인과 위르겐 피첸 공동 최고경영자(CEO)가 동시에 사퇴하기로 했다. 부진한 경영실적과 대규모 과징금 등으로 인한 주주들의 불신에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향후 도이체방크의 경영에 어려움이 가중될 전망이다.
미국 경제지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일(현지시간)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 자인 CEO가 이달말에 회사를 떠나기로 했고 피첸 CEO 역시 도이체방크의 차기 정례 주주총회가 열리는 내년 5월에 맞춰 사퇴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를 위해 도이체방크는 이날밤 감사위원회를 열고 차기 CEO 선임 등의 문제를 논의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분간 피첸이 단독으로 CEO를 맡으며 7월부터는 존 크라이언(54)이 공동 CEO를 맡은 뒤 피첸이 떠나고 나면 단독으로 CEO가 될 것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했다. 크라이언 신임 CEO는 싱가포르 테마섹으로 임원으로 일했고 UBS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은 뒤 현재 도이체방크 감사위원회 소속으로 있다.
이처럼 두 CEO가 함께 사퇴하기로 한 것은 도이체방크의 경영실적 부진과 대규모 과징금 등으로 인해 주주들의 불만이 커진데다 자인과 피첸이 제시한 턴어라운드 계획에 대해서도 주주들이 불신하기 시작한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 도이체방크는 지난 4월 미국과 영국 금융당국으로부터 리보금리 조작 혐의로 25억달러에 이르는 대규모 벌금을 물었고 최근에는 외환시장에서의 환율 조작 혐의로 또 한번의 과징금 납부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또 금융위기 이후 많은 유로존 은행들이 미국에서의 사업을 포기했다는 점에 착안해 미국내 투자은행 업무를 강화하려고 했지만, 과징금과 미국 당국의 규제 압박으로 인해 이마저 실패하고 오히려 사업이 축소되는 상황에 내몰렸다.
이런 상황에서 후임자인 크라이언이 유로존의 문제아로 낙인찍힌 도이체방크를 되살려놓을 수 있을지에 의문이 있다고 WSJ은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