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성인'아이유가 소주광고에 부적절하다고..

이성재 기자I 2015.05.07 06:00:00
[이성재 생활산업부장] “아이유가 소주 모델로 적합하지 않은가요. 만22세인 아이유가 왜 주류광고를 해서는 안 되는지 납득할 수가 없어요. 이건 자율시장경제 활성화에 위배되는 것 아닙니까.”

얼마 전 찾아온 후배기자의 하소연은 한참 동안 이어졌다. 자신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하이트진로(000080)의 소주 ‘참이슬’의 광고모델인 가수 아이유에 대한 맹목적인 그의 ‘팬심’을 잘 알고 있는 터라 “별일 있겠어”라며 웃어넘겼다. 하지만 이 안이 이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했다는 소식에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현실과 법안의 괴리가 너무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명 ‘아이유법’이라 불리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은 한동안 주류업계를 뜨겁게 달궜다. 2012년 이에리사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의 요지는 운동선수, 연예인 등 청소년에게 지대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모델의 주류광고 출연을 금지하는 것. 특히 만24세 이하인 사람은 주류광고에 나설 수 없게 했다. 위반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는 처벌조항도 달았다.

문제는 개정안이 느닷없이 보건복지위를 통과한 것이다. 지난달 29일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일부 위원의 반대로 국회 본회 상정은 무산됐지만 불씨는 여전히 살아 있다. 주류업계는 “아무리 좋은 법안이라도 현실과 맞지 않으면 국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없다”며 “현실 따로 법 따로의 전형적인 사례”라고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사실 ‘아이유법’의 취지는 나쁘지 않다. 청소년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동일 연령대 모델이 주류광고에 나서는 것을 막아 음주를 조장하는 유해환경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자는 것이라서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직업선택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고 현행 법률(민법상 성인 기준 등)과 상충하는 등 위헌성이 높다는 점 때문이다.

법제사법위원인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만24세면 술도 먹을 수 있고 결혼도 할 수 있는데 술광고만 하지 말라는 것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것”이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어야 하는데 이 법에는 그런 게 없다”고 주장했다.

현재 청소년기본법에서 청소년은 만9세부터 만24세 이하다. 하지만 청소년보호법은 만19세 이상이면 합법적으로 음주를 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따라서 음주를 할 수 있는 만24세 이하의 사람이 주류광고 모델을 할 수 없다는 논리는 현행 법률과 상충한다. 또한 방송광고심의에 관한 규정에서 정한 ‘만19세 이상만 주류광고 출연을 허용한다’는 조항과도 충돌한다.

나이뿐만이 아니다. 엄연히 성인이라 할 만24세 이하에 대해 주류광고 출연을 막는 건 헌법이 보장하는 직업선택의 자유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는 법사위가 지적한 ‘아이유법’의 허점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외국은 어떨까. 미국과 영국은 법으로써 주류광고의 모델을 제한하지 않는다. 다만 미국은 만21세 미만, 영국은 만18세 미만인 경우에만 주류광고에 나설 수 없게 했다. 대신 만25세 이하의 모델이라면 업계 자율규제 형식으로 쓸 수 있다.

물론 ‘아이유법’도 미국이나 영국처럼 최소한의 법률과 업계 자율규제 방식으로 수정될 수 있다. 하지만 주류업계는 그 ‘자율’을 못미더워 한다. 법보다 상위에 있는 정부의 보이지 않는 규제라며 속을 태운다. 이미 이슈만으로 만24세 이하의 아이유는 주류광고 모델이 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규제완화’는 정부에서 먼저 꺼낸 말이다. 정부와 국회가 기업활동을 가로막는 규제를 해소해주지는 못해도 상충되는 법안을 들이대며 방해는 하지 말아야 하는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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