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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출마 위해 고위직 줄줄이 사표…현직장관 4명 ''준비중''

조선일보 기자I 2008.01.26 10:40:10
[조선일보 제공] 4월 총선 출마를 위한 사퇴 시한이 임박하면서 공직자, 기업인, 법조인, 언론인 등이 수십 년 몸담아온 직장에 사표를 내고 총선에 뛰어들고 있다. 4월 총선에 출마하려는 공직자, 공기업 임원, 언론인 등은 선거법상 선거일 60일 전인 다음달 9일까지 사퇴해야 한다. 출마 희망자들이 주로 한나라당의 문을 두드리는 쏠림 현상을 보이는 점도 특징 중 하나다. 총선 출마를 위해 최근 거취를 정리한 각 분야 인사들을 점검했다.

관계

관가(官街)에도 중앙과 지방을 가리지 않고 총선 바람이 불고 있다. 출마가 확실시되는 현직 장관만 4명이다. 장병완 기획예산처 장관은 광주 북갑에서 출마를 준비 중이다. 장 장관은 22일 국무회의에 불참하고 지역 행사에 참석했다가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이용섭 건설교통부 장관은 광주, 박명재 행정자치부 장관은 경기 안양에서 출마하기 위해 공직을 떠나기로 했다. 이상수 노동부 장관은 자신의 지역구였던 서울 중랑갑에서 출마한다. 이들 대부분은 대통합민주신당 공천을 희망하고 있으며, 다음달 1일 노무현 대통령에게 사표를 제출할 계획이다.

또 권혁인 전 지방재정공제회 이사장은 강릉에서 한나라당으로 출마하기 위해 25일 사표를 냈다. 김영룡 국방부 차관은 전남 나주·화순에서, 이현재 중소기업청장은 충북 보은·옥천·영동에서, 정준석 산업기술재단 이사장은 충남 천안 을(乙)에서 출마하기 위해 곧 사표를 낼 예정이다.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도 총선 출마를 위해 줄줄이 사표를 내고 있다. 광역자치단체 부단체장 중 출마를 위해 사퇴한 사람만 5명이다. 서울시 권영진, 부산의 이경훈 정무부시장이 각각 서울 노원을과 부산진갑에 출마하기 위해 지난해 말 사퇴했다. 전남도의 김영록 행정부지사는 강진·완도 지역에 출마하기 위해 지난 17일 퇴임했으며, 경남도 공창석 행정부지사도 창원 을에서 출마하기 위해 지난 21일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앞서 인천시의 홍일표 정무부시장은 지난해 10월 임기를 마치고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 퇴임했다.

기초자치단체장으로는 신동우 서울 강동구청장이 서울 강동을에 출마하기 위해 지난 12월 사퇴했다. 인천에서는 이학재 서구청장이 지난달 사퇴하고 인천 서구·강화갑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경남의 하영제 남해군수, 강석진 거창군수도 출마를 위해 지난 12월 군수직을 떠났다. 박윤국 전 포천시장은 포천에 출마하기 위해 시장직에서 물러났다.

경기도는 최순식 경기도 파주영어마을 사무총장이 오산에 출마를 준비하고 있고, 노용수 도지사 비서실장은 시흥갑, 최우영 도(道) 대변인은 남양주을에 각각 도전장을 내밀 것으로 알려졌다. 강원도의 황영철 지사 정무특보는 지난해 말 사표를 내고 홍천 횡성 선거구에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일반 공직자는 사퇴 시한이 다음달 9일까지여서 부단체장의 출마 선언은 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학계·문화계·체육계

현재 4월 총선에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현직 대학교수들은 80명이다. 이들 중에는 한나라당(48명) 공천 희망자가 절반 이상이다. 대통합민주신당은 10명에 그치고 있으며 나머지 정당은 1~2명에 불과했다. 대구북을(乙)에선 8명의 출마 예상자 중 절반인 4명이 현직 교수이며 경기 양주·동두천과 부산 금정 등에도 3명씩 출사표를 던졌다.

교수들은 선거법으로 공직자 사퇴시한(총선 60일 전) 규정에 적용 받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교수직을 유지하고 있으며 아직까지 휴직을 한 경우도 거의 없다.

부산 사하갑에 도전장을 낸 1984년 LA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하형주 동아대 교수, 부산진갑의 하배진 신라대 교수, 경기 안성의 장원석 단국대 교수 등은 "휴직은 공천을 받으면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기 성남·수정의 김경수 경원대 교수는 "올해는 연구년이기 때문에 휴직과 같은 상태"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회의원이나 정무직 공무원으로 진출한 교수가 대학에 쉽사리 복직하도록 한 현행법의 개정을 한나라당이 적극 추진하기로 했기 때문에 교수가 대학과 정·관계를 쉽게 넘나드는 현상은 이번이 마지막이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체육계에도 한나라당 문을 두드리는 인사가 적지 않다. 김혜진 체육회 감사, 김부회 경기도체육회 사무처장, '빠떼루 아저씨'로 유명한 김영준 경기대 교수 등이 대표적이다. 반면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김정길 체육회장은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대통합민주신당에서 출마 압력을 넣고 있다는 소문이다.
 
박재호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과 김영득 진흥공단 감사 등 '노사모' 멤버들은 일찌감치 출마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문화예술계에서는 연극인 유인촌씨가 문화부 장관직 또는 지역구 출마가 거론되고 있으며 가수 김흥국씨가 최근 정몽준 의원으로부터 출마 제의를 받고 심사 숙고하고 있다고 했다.

언론계

언론계에서도 4월 총선을 겨냥, 이미 회사에 사직서를 제출했거나 사직의사를 밝힌 사람이 적지 않다. 이 중에는 한나라당 공천을 희망하는 사람이 다수다. 언론인들도 출마를 위해선 2월 9일까지 현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이상철 월간조선 사장은 한나라당의 영입대상으로 올라 있다. 국회 진출 케이스가 아닐 경우 청와대 수석 또는 내각의 각료 후보로 거론된다. 이른바 '안기부 X파일 사건'으로 불리는 정보기관의 도청(盜聽)사건 및 변양균·신정아 비리 의혹을 특종 보도했던 이진동 조선일보 차장대우도 최근 경기 안산 상록갑에서 출마하겠다며 사직 의사를 밝혔다. 배한진 조선일보 경기남부취재본부 기자는 작년 말 회사에 사표를 내고 경기 용인갑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27년간 동아일보에 시사만화 '나대로 선생'을 연재해온 이홍우 화백은 고향인 부산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총선에 출마하겠다고 나섰다. 부산시의회 의장을 지낸 이 화백의 부친이 출마를 적극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일보 관계자는 "이 화백이 작년 말로 연재를 중단하고 현재 휴가를 간 상태"라며 "휴가에서 돌아오면 회사에 정식으로 사직서를 제출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경제뉴스 채널인 mbn의 국제부장 겸 앵커 출신인 박종진씨는 서울 관악을에 출마하기 위해 최근 사표를 냈다. SBS의 홍지만 앵커도 총선 출마를 위해 최근 방송을 중단하고 회사에 사표를 냈다. 홍 앵커는 고향인 대구에서 한나라당으로 출마할 예정이다.

김우광 SBS프로덕션 사장도 경기 고양 덕양에서 출마하기로 했고, 권태인 전 대구방송 보도국장은 대구 중·남구에서, 안유호 전 경북일보 사장은 대구 동을에서 출마할 예정이다.

법조계

법조계에선 현직 검사장 2명이 총선 출마를 위해 사표를 냈다. 이훈규(55·사시 20회) 인천지검장은 충남 아산에서 출마하기 위해 지난 22일 사표를 냈다. 이 전 지검장은 조만간 한나라당에 입당한 뒤 공천을 신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한성(51·22회) 창원지검장도 지난 주 사표를 냈다. 문경이 고향인 그는 경북 문경·예천 지역구에서 역시 한나라당 공천을 신청할 예정이다.

이 지역구에선 예천 출신의 홍성칠(50·30회) 대구지법 상주지원장도 사표를 내고 출마할 계획이어서, 한나라당 공천을 놓고 법·검 대결이 예상된다. 김경호(45·31회) 창원지법 밀양지원장도 부산 북·강서을에 출마하기 위해 사표를 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검사 시절 안기부 X-파일 사건을 수사해 신건·임동원 전 국정원장을 구속시켰던 박민식(43·35회) 변호사는 부산 북·강서갑에서 한나라당 공천을 놓고 정형근 의원과 대결한다. 서울남부지검장 출신의 윤종남(60·16회) 변호사는 고향 충남 천안갑에서 한나라당 공천을 신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 공보관과 서울고검 부장검사를 지낸 오병주(52·23회) 변호사는 충남 공주·연기에서 한나라당 공천을 신청했다.

기업계

다른 분야에 비해 수는 적은 편이지만 4월 총선을 준비하는 기업인도 속속 나오고 있다. 기업인들은 특히 다수가 한나라당 문을 두드리고 있는 것도 한 특징이다.

빙그레 김호연 회장은 한나라당 공천 신청 예상자들이 10여명이 넘는 치열한 경합지역인 천안 출마를 선언하고, 25일 현지에서 사무소 개소식을 가졌다. 천안은 김 회장의 선친(고 김종희 전 한화그룹 회장) 때부터 연고가 있는 지역으로, 김 회장의 백부인 고(故) 김종철 의원(전 국민당 총재)이 6선을 기록했다.

17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출마했던 경남기업 성완종 회장은 서산·태안에서 한나라당 공천 신청을 고려 중이다. 성 회장은 서산장학재단 이사장, 대한건설협회 부회장, 한국자유총연맹 이사를 역임하는 등 기업 경영을 하면서도 활발한 대외활동을 하고 있다. 경남기업 관계자는 "성 회장이 현재 출마 여부를 고심 중"이라고 밝혔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비서 출신인 백기승 전 대우그룹 홍보이사는 한나라당 경선 당시 박근혜 전 대표의 홍보기획단장을 맡았다. 백 전 이사는 경기 하남에서 출마할 예정이다. 백 전 이사는 "새 정부의 경제 살리기에 기여하면서 해체된 대우 그룹에 대한 재평가도 받고 싶다"고 말했다.

울산 지역 건설업체인 ㈜신한종합건설 신우섭 사장도 최근 울산 북구 출마(한나라당)를 위해 회사에 사표를 제출했다. 회사 관계자는 "평소 정치에 관심이 많았으며, 이번에 출마를 위해 사표를 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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