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11일 반도체특별법을 당론 발의했다. 국가가 반도체 기업에 직접 보조금을 지급하고, 연구개발(R&D) 전문인력은 주52시간 근무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반도체는 국가대항전 성격을 띠고 있다. ‘트럼프 2기’ 출범에 따라 변동성이 더 커졌다. 한국은 메모리 강국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국가 지원체계가 허술하다. 국회는 특별법을 조속히 처리하기 바란다.
당초 정부는 보조금을 직접 주는 데 반대했다. 투자세액공제만으로 충분하다는 논리를 폈다. 그러나 투자세액공제는 공장을 돌려서 이익이 나면 세금을 깎아주는 사후 지원이다. 반면 직접 보조금은 투자를 유도하는 사전 지원, 곧 인센티브 역할을 한다. 미국 칩스법(CHIPS Act)의 공식 명칭에 인센티브(Incentives)가 들어간 건 주목할 만하다. 정부가 당정 협의를 거치면서 입장을 바꾼 것은 만시지탄이지만 잘한 일이다. 주52시간제 예외 규정도 꼭 필요하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기업인 대만 TSMC의 경우 R&D 인력이 하루 3교대로 쉼 없이 돌아간다. 미국은 진작부터 고소득 전문직을 근무시간 제한에서 예외로 인정했다. 우리는 주말이면 연구센터 주차장이 텅 빈다. 이래선 경쟁력을 키우긴커녕 뒤로 가지나 않으면 다행이다.
다만 법안이 R&D 시설·장비에 대한 투자세액 공제율을 그대로 둔 것은 아쉽다. 현재 반도체 생산시설은 15% 공제를 받을 수 있지만 R&D 공제율은 1%에 그친다. R&D가 기술력 향상의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차별을 할 이유가 없다. 법안 심사 과정에서 공제율을 15%로 높이는 게 타당하다.
여당이 발의한 반도체특별법이 국회를 무난히 통과할지는 미지수다.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보조금 지급에 긍정적이다. 김태년 의원이 7월 발의한 법안에도 국가가 재정적 지원 시책을 마련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하지만 노동계를 지지 기반으로 삼는 민주당은 주52시간제 예외엔 반대다. 민주당은 더 큰 그림을 보기 바란다. 인공지능(AI) 시대에 반도체는 국가경쟁력, 기술주권, 안보 차원에서 접근하는 게 옳다. R&D 분야의 고소득 전문직에 한해 예외를 인정한다고 전반적인 노동 환경을 해치는 것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