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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은평구 한 재개발지역의 주택재개발추진준비위원회 위원장인 A씨는 2021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관련해 선거 이틀 전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내용의 문서를 살포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민간재개발 사업을 지지했는데 공공 재개발 사업을 추진하는 다른 주민 단체와 갈등을 빚고 있었다. 이에 A씨는 자신과 뜻을 같이 한다고 판단한 B 후보의 공약 등이 담긴 문서를 작성해 약 300장을 건물 우편함에 넣는 방식으로 살포했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선거일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해 정당 또는 후보자를 지지·반대하는 내용이 포함되거나 정당의 명칭 또는 후보자의 성명을 나타내는 인쇄물 등을 살포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A씨는 이 같은 행위가 주민들의 알권리를 위해서라고 주장했지만 1심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B후보의 선거대책위원회 도시정비활성화 특보로 임명된 점 등을 고려하면, 단지 후보의 재개발 정책 등을 알리는 것을 넘어 B후보에 대한 긍정적인 여론을 형성하기 위한 목적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또 “이는 일대 유권자들의 후보자선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으로 공직선거법 위반에 해당해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2심 역시 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 2심 재판부도 “공직선거법에 의하지 아니한 문서 등의 배부·살포를 금지하는 것은 공정한 선거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서 의미를 갖고 있으므로 이를 위반한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적시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에서 적용한 ‘문서 살포’ 관련 조항의 위헌 가능성을 검토해야 한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문서 살포’에 관한 부분이 과잉금지 원칙에 위반해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평가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의 이같은 판단은 지난 2022년과 2023년 헌법재판소가 공직선거법의 유사 조항들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것과 맥을 같이한다. 헌재는 “해당 조항이 후보자 및 유권자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크게 제한하고 규제기간을 ‘선거일 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 장기간으로 정해 과잉금지 원칙에 위반한다”며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결한 바 있다. 이에 대법원은 “원심은 위헌적 결과를 피하기 위한 공소장 변경절차의 필요 유무 등에 관해 심리·판단했어야 한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