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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동래경찰서 소속 사법경찰관인 A씨는 베트남 국적 피의자 B씨의 특수상해 사건 주임수사관이었다. B씨는 2020년 6월경 부산 동래구에 있는 외국인 건설노동자 숙소에서 베트남 국적 피해자에게 2주간 치료를 요하는 얼굴 열상 등을 가한 다음 불상지로 도주했다. 수사를 담당하게 된 A씨는 같은 날 베트남계 한국인 통역인에게 B씨의 전화번호를 알려주며 B씨의 소재를 확인하고 자진 출석을 권유할 것을 요청했다.
통역인과의 통화에서 B씨는 “베트남에 빚이 많다. 불법체류 상태라서 잘못하면 강제 출국당할 수 있다. 강제 출국당하면 베트남 빚은 어떻게 하냐”는 등의 취지로 말했다. 통화 후 통역인은 A씨에게 이를 전달했으며, 이후 통역인과 B씨 사이의 연락은 2020년 6월 23일경까지 이뤄지다가 같은 해 7월 6일까지 일단 중단됐다.
이후 B씨는 7월 6일 자신이 근무하던 회사의 현장소장 C씨와 만나 함께 경찰서에 출석하기로 했다. C씨는 A씨에게 전화를 걸어 B씨와 함께 있고 조사를 받으러 가겠다는 취지로 B씨의 자진 출석 의사를 전달했다.
당시 다른 사건 수사로 외근 중이던 A씨는 오늘 조사가 어려우니 다음에 오라는 취지로 출석을 보류시켰다. 이후 B씨는 카카오톡 대화방을 통해 C씨와 연락을 유지하며 피고인의 소환을 기다리고 있었다.
A씨는 이후 한국인 통역인과 통화하면서 “나중에 조사 일정을 연락해 주겠다고 B씨에게 전달해 달라”는 취지로 말했고, 통역사는 B씨에게 1회 전화를 걸었으나 신호만 갈 뿐 통화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A씨는 7월 7일 수사보고서에 ‘B씨가 출석 요구를 거부하고 이후에는 자신이 사용하던 휴대전화 전원을 끄고 불상지로 도주한 상태이며, 피해자와 회사 관계자 또한 수회 연락했으나 현재 휴대전화를 받지 않고 소재 불명인 상태’라는 취지로 기재했다. 또 B씨의 자진 출석 의사 표명과 출석 보류 경위 등 기재는 누락해 공문서인 수사보고서 1통을 허위로 작성·행사했다.
아울러 A씨는 직권을 남용해 수사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한 뒤, 허위 작성 사실을 모르는 경찰공무원, 검사, 판사를 기망해 7월 10일 체포영장을 발부 받고 17일 경찰공무원들을 통해 체포영장을 집행해 B씨를 체포했다.
A씨 측은 수사보고서는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으나 B씨가 소재불명이라는 취지의 기재는 허위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또 체포영장에 의해 B씨를 체포했으므로, 직권남용 체포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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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심은 A씨에게 징역 8개월에 자격정지 1년, 2년의 집행유예를 선고하면서 판결을 뒤집었다.
2심 재판부는 “수사보고서에 B씨의 자진 출석 의사 표명과 출석 보류 경위에 관한 내용 등을 누락하고 B씨가 도주 상태에 있다거나 소재 불명 상태에 있다고만 기재한 것은 그 내용이 진실에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서 허위에 해당한다”며 “A씨에게 허위성에 대한 인식도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2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지방법원에 환송했다.
대법원은 “A씨가 수사보고서 작성 당시 B씨에 대한 체포 사유와 관련한 내용을 상세하게 기재하지 않은 점은 인정되나, 이 사건 수사보고서 내용에 거짓이 있다거나 피고인에게 허위공문서작성에 관한 확정적 또는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는 점에 관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이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특히 “A씨가 2020년 7월 6일 B씨의 자진 출석 의사를 전달받기는 했으나, 그러한 B씨의 의사가 진정한 것인지 확인하기 어려웠고, 그 이후에도 B씨는 잠적한 상태였다”며 “수사보고서를 작성하면서 자진 출석 표명 및 출석 보류 경위를 기재하지 않았다고 해 피고인에게 허위공문서 작성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이어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기도 어려운 이상, 이를 전제로 한 직권남용 체포의 점 역시 그 공소사실이 합리적인 의심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