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에서는 만 9세 이상 모든 여성이 공공장소에서 히잡을 써야 합니다. 그러나 반드시 쓰지 않아도 되는 국가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곳이 인도네시아입니다. 인구의 약 90%가 무슬림이지만 히잡을 쓰지 않는 젊은 무슬림 여성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인도네시아는 확실히 융통성있는 소프트한 이슬람교 분위기입니다. 강성인 곳도 물론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타인·타종교에게 관용적입니다.
인도네시아는 약 2억7000만명 인구 가운데 87~88% 정도가 이슬람교도로, 세계 최대의 무슬림 국가입니다. 수도 자카르타를 방문하는 이들은 아랍이 아닌 인도네시아가 1위라는 얘기를 듣는 순간 많이들 놀랍니다. 이슬람 사회임에도 술과 돼지고기를 허용해주는 문화에 다시 한번 눈을 크게 뜹니다.
이란 또한 과거에는 여성들이 히잡 착용을 강요받지 않았고 미니스커트나 수영복도 자유롭게 입었습니다. 1979년 이란 혁명전까지는. 당시 전제왕정의 독재와 무능·부정부패에 맞서 다양한 종교지도자·민족주의자들이 뭉쳤습니다. 그리고 팔라비(Pahlavi) 왕조를 축출하는 데까지는 성공합니다. 그러나 강성 이슬람 세력에서 다른 종교지도자 및 반대파들을 숙청하면서 다양한 연합의 이란 혁명이 이슬람 혁명으로 바뀝니다. 그리고 이슬람 종교지도자가 절대권력을 갖는 신정일치 국가가 되었습니다. 최고지도자(Supreme Leader)는 종신직 국왕 같은 지위로서 실질적인 최고 권력자입니다. 군 통수권, 사법수장 임명권, 대통령 인준·해임권 등을 가지고 있죠. 이란 파견·주재원분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사실상 독재가 이뤄지는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 이란 시위는 단지 여성의 성난 목소리가 아닙니다. 전세대의 다양한 구성원이 참여하는 자유와 민주주의 가치를 위한 시위인 겁니다.
반면 인도네시아 무슬림의 유연성은 지난 1945년 인도네시아 공화국 독립선언 이후 4년간 네덜란드와 독립전쟁을 벌이며 실질적 독립을 이뤄낸 시기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인도네시아는 외세와의 독립전쟁을 통해 갖게 된 공동체 정서와 애국심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고, 드넓은 땅의 다양한 민족을 포용하기 위해 종교국가가 아닌 정교분리의 세속주의를 표방합니다. 현재 인도네시아는 이슬람교외에도 개신교, 천주교, 힌두교, 불교, 유교를 공식 종교로 인정하고 각각의 주요 기념일을 모두 공휴일로 합니다. 언어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인도네시아 건국의 아버지들은 다수의 중부지역 자바어를 표준어로 하지 않고, 다양한 지역에서 두루 사용되던 말라유어(Melayu)를 ‘말, 언어(Language)’라는 의미의 ‘Bahasa’라는 단어를 사용해 인도네시아어(Bahasa Indonesia)로 명명하며 표준어로 삼습니다. 즉 통일된 하나의 조국, 인도네시아로서 종교와 언어 등을 포용했습니다. 인도네시아는 표면적으로는 정통을 내세우면서도 실제로는 과격 이슬람주의 행태를 보이는 종파들과 견주어서, 일방주의적 폐쇄성이 아닌 문화 상대주의적 포용과 공존을 보여줍니다.
이란엔 ‘서울로’가 있습니다. 또 한국에는 ‘테헤란로’가 있습니다. 이슬람 혁명 이전인 1977년에 시행됐던 양국의 교류 사례입니다. 지난 2009년 6월 이란에는 녹색혁명(Green Revolution)이 있었습니다. 부정선거 의혹의 대통령 선거 무효화와 재선거를 요구한 전국적 시위였습니다. 가슴에 총격을 받고 사망한 시위대의 한 여대생은 ‘더 타임스’ 선정 ‘올해의 인물’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시위대는 강경 진압되며 시위는 무위로 돌아갔지만, 지금 현지 분위기는 2009년 이상입니다. 더 확산한 시위 열기와 그에 못지않은 무자비한 진압이 진행 중이라는 전언입니다. 두 국가를 바라보며 무슬림의 다양성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