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①청년 ②SNS ③밀수 키워드 보니…‘마약청정국’ 옛말

조민정 기자I 2022.09.19 06:00:00

밀수 증가하니 투약범도…검거자 3년새 23.6%
"작대기 팝니다"…은어로 마약 구매 ''식은죽먹기''
검찰·경찰 등, 마약범죄 단절 위해 단속 강화

[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마약청정국’이라 불리던 대한민국이 ‘마약 신흥시장’으로 주목받은 지도 수년째. 일반인이 마약을 구매하기까지 그들만 아는 ‘어둠의 경로’가 은밀히 퍼지는 것도 옛일이다. SNS가 발달하면서 평범한 시민도 판매상에게 연락을 취하면 어렵지 않게 마약을 손에 넣을 수 있는 시대다. 이처럼 과거보다 마약 구매 통로도 다양해지고 디지털화를 거치다 보니 마약 판매상에게 2030세대는 ‘주고객’으로 올라섰다.

인천국제공항에서 관세청이 마약탐지를 하고 있다.(사진=노진환 기자)
최근 국내 각지에서 마약을 투약한 이들이 경찰에 붙잡히면서 ‘마약시장’의 민낯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지난 13일 저녁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선 당당하게 빨대로 마약을 투약하던 40대 남성이 현행범 체포됐다. 그는 마약을 투약한 상태에서 다른 손님들에게 말을 걸고 고성을 지르는 등 행패를 부린 것으로 나타났다. 추석 연휴엔 광주광역시 서구의 한 호텔에서 마약을 하기 위해 채팅 앱에서 만난 남녀 한쌍이 필로폰을 투약하다 부모의 신고로 범행이 드러나기도 했다.

통계를 살펴보면 마약범죄 자체도 크게 증가했지만 이 중 20~30대가 차지하는 비중도 크게 늘었다. 15일 경찰청 범죄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마약범죄 발생건수는 8088건으로, 3년 전인 2018년 6513건에 비해 19.4% 증가했다. 마약범죄로 검거된 인원은 지난해 1만607명으로, 2018년 8099명에 비해 23.6% 증가했다. 30대 이하 마약 사범은 △2019년 5085명(48.9%) △2020년 6255명(51.2%) △2021년 6235명(58.9%)으로 10명 중 6명이 청년인 셈이다.

텔레그램과 트위터 등 SNS와 다크웹으로 손쉽게 마약 판매상과 연락이 닿는 환경이 만들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청년 고객도 늘어난 것이다. 마약을 뜻하는 ‘작대기’, ‘아이스’, ‘술’ 등 은어만 알고 있다면 손쉽고 은밀하게 마약을 구매할 수 있다. 실제 트위터에서 ‘작대기아이스’ 해시태그를 검색해보면 관련 게시글이 최소 810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약 은어들로 가득한 게시글엔 “정량 샘플부터 주문주세요”, “아이스팝니다, 작대기팝니다” 등 구매를 유도하는 내용으로 가득했다.

마약 밀수 자체가 증가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검찰과 경찰, 관세청 등 관련 기관은 마약범죄의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약 유통책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달 서울남부지검은 세관에서 133억 상당의 필로폰을 밀반입한 조직원 8명을 적발하고 재판에 넘겼다. 이들이 국제특송화물로 위장해 커피깡통 10개 속에 숨긴 필로폰은 13만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대용량이었다.

검찰 관계자는 “마약 밀수사건은 점점 지능화되고 조직화되고 있다”며 “해외발송책에서 시작해 투약사범까지 이어지는 마약범죄의 ‘순환적 공생관계’ 단절을 위해선 유통책 단속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