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마우스' 이동기 작가 "경계 허물면 새로운 예술이 탄생하죠"

이윤정 기자I 2022.08.30 05:40:00

서울과 수원서 동시에 전시 열어
''우리가 마주한 찰나''·''제어할 수 없는''전
''아토마우스 창시자''로 유명
"이질적인 요소 결합에 관심 많아"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서로 다른 이질적인 요소들을 결합시키는 작업에 관심이 많아요. 제가 관심을 갖는 몇가지 요소들을 복합적으로 섞다 보면 새로운 예술이 탄생하죠.”

팝아티스트 이동기(55) 작가의 대표 캐릭터인 ‘아토마우스’도 이러한 생각에서 출발했다. 이 작가는 1994년 일본의 ‘아톰’과 미국의 ‘미키마우스’를 섞은 ‘아토마우스’를 전시에서 처음 선보였고, 이후 ‘아토마우스’는 줄곧 그를 따라다니는 대표 아이콘이 됐다.

이 작가는 한국 현대미술에 본격적으로 만화 이미지를 도입한 1세대 작가로 꼽힌다. 특히 젊은층에게 인기가 많다. 지난해에는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멤버 제이홉과 협업을 하며 화제를 낳았다. 제이홉의 솔로곡 ‘치킨 누들 수프’의 커버아트가 이 작가의 작품이다.

이동기 작가(사진=이동기 작가 제공).
이 작가의 작품 세계를 엿볼 수 있는 전시가 수원과 서울에서 동시에 열린다. 오는 11월 6일까지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에서 개최하는 ‘우리가 마주한 찰나’전과 오는 11월 19일까지 서울 서초구 스페이스 이수에서 열리는 개인전 ‘제어할 수 없는(Uncontrollable)’전이다.

이 작가는 최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K팝도 사실 여러 장르들이 결합돼 있는 것”이라며 “장르간의 경계가 깨지는 이러한 흐름들이 나의 작품에도 녹아있다”고 설명했다.

‘우리가 마주한 찰나’는 수원시립미술관이 마련한 국공립미술관과의 소장품 교류기획전으로 일상의 순간과 경험을 예술로 새롭게 발견하는 전시다. 총 24명(팀) 작가의 작품 79점을 선보이는데 이번 전시에서 이 작가는 ‘버블’과 ‘용’ ‘아비뇽의 아가씨들’ 등 3개 작품을 선보인다.

‘버블’은 비눗방울처럼 복제된 ‘아토마우스’와 한국의 진돗개를 모티브로 한 ‘도기독’을 전면에 구성한 작품이다. ‘용’과 ‘아비뇽의 아가씨들’은 2017년부터 시작한 ‘낱말들(words)’ 연작에 속하는 작품이다. 작가는 인쇄매체나 개인 메모장에서 추출한 단어들을 캔버스 위에 확대해서 그렸다. 가령 ‘용’에서 한자 ‘용(龍)’ 아래의 ‘아미(Army)’ ‘보라색’ ‘DNA’와 같은 단어들은 2017년 대중문화계에서 파란을 일으킨 한류열풍을 연상시킨다.

“만화 이미지를 가지고 주로 작업을 하다가 낱말들을 소재로 그림을 그려봤어요. 작품 안의 단어들은 서로 연관이 있다기보다 의미가 파편화돼 있어요. 한 가지를 중심으로 모이는 게 아니라 분산돼 있는 상태를 그대로 보여주고자 했죠. 그 안에서 어떤 의미를 찾고 해석하는 것은 각자의 몫이에요.”

이동기 작가의 ‘용’(사진=이동기 작가 제공).
개인전 ‘제어할 수 없는’에서는 총 13점을 선보인다. 대중적으로 가장 친숙한 ‘아토마우스’를 비롯해 화면을 두 개로 나눠 아토마우스와 추상회화를 함께 담은 ‘더블비전’ 시리즈, 해외에 소개된 한국 드라마 장면을 캡처한 후 다시 그림으로 옮긴 ‘소프 오페라’ 시리즈 등을 만나볼 수 있다.

이 작가는 “서로 다른 영역 사이에 견고했던 현대미술의 벽이 시대의 변화에 따라 많이 허물어졌다”며 “작업 초기부터 이러한 흐름에 관심이 있었고 자연스럽게 작업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최근의 메타버스나 할리우드 영화들은 이러한 경향을 더욱 뚜렷하게 보여준다. 실제와 가상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애니메이션과 현실이 결합하는 현상은 더 이상 어색한 일이 아니다. 이 작가는 “영화 ‘어벤져스’의 그래픽 작업 등의 출발점에 만화 이미지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여러 장르를 섞어 그림으로 그리는 작업을 이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개인전 ‘제어할 수 없는’ 전경(사진=이동기 작가 제공).
이동기 작가의 ‘버블’(사진=이동기 작가 제공).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