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올해 연간 물가상승률은 2%를 넘어서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인데다 작년 상반기 물가상승률이 ‘제로’ 수준을 유지한데 따른 기저효과 때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시장이 과도하게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은이 2016년부터 ‘2%물가안정’을 목표로 정해놓고도 1%대 물가행진을 용인해온 탓에 시장이 2%대 물가를 고물가로 인식하는 오류를 저지르고 있다는 것이다.
◇한은 2%목표제 …물가 낮아도 금리 올린 공수표
미국을 중심으로 한 ‘에브리싱 랠리(Everything rally)’에 작년 코로나19에 따른 마이너스(-0.3%) 물가까지 고려하면 5월 물가는 4월보다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연간으로는 물가상승률이 2%를 넘을 것이라고 전망한 곳은 찾아보기 쉽지 않다. 대부분 1.7~1.8%선이다.
그런데도 인플레이션 우려가 확산하고 한은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관심사가 된 원인 중 하나는 그동안 한은 ‘2% 물가목표’가 공수표였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한은이 2016년 ‘2% 목표제’를 도입하긴 했지만 그 뒤로 한 번도 연간 물가가 2%를 넘은 적이 없다. 한은은 오히려 2017년 11월, 2018년 11월 각각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인상했다.
금리를 결정하는 변수는 물가만 아니라 경기 상황, 가계부채, 자산 가격 등 다양하다는 명분을 앞세워 물가가 1%대를 맴도는 상황에서도 금리를 올렸던 것이다. 2017년 물가상승률은 1.9%, 2018년엔 이보다 낮은 1.5%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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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목표제는 금리 결정 등 한은의 통화정책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국민과 투명하게 소통하기 위한 조치라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측면에선 올리 렌 핀란드 중앙은행 총재가 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ET)와의 인터뷰 발언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는 “유럽중앙은행(ECB)의 물가목표치는 1.6~1.8%”라며 “문제는 2%가 상한선으로 인식돼 인플레이션 기대치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ECB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도 2% 물가목표제를 채택하고 있지만 2013년부터 8년간 한 번도 2% 물가상승률을 달성한 적이 없다. 렌 총재의 주장은 실효성 없는 2% 목표제를 폐기하고 평균물가목표제(AIT)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앞서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해 8월 완전고용이 달성될 때까지 물가가 목표치인 2%를 일정 기간 넘더라도 금리를 높이지 않겠다는 평균물가목표제(AIT)를 도입했다. 미국도 AIT를 채택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제기된 만큼 아직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하지만 시장과의 소통이란 측면에선 긍정적인 효과가 나오고 있다.
연초 인플레이션 논쟁이 벌어지며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1.7%까지 치솟는 등 연준이 물가 부담을 못 이겨 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 최근에도 이런 논쟁은 계속되고 있으나 3월 물가상승률이 2.6%를 기록하는 등 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음에도 10년물 국채 금리는 1.6% 수준으로 오르는 데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