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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광주형일자리, 새 희망 보여준 포용국가 노둣돌” 평가

김성곤 기자I 2019.05.10 03:00:00

독일 일간지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FAZ) 기고
‘평범함의 위대함’ 주제로 한반도 평화 및 세계질서 설명
“신(新)한반도 체제, 평범한 사람들이 운명 주인이 되는 일”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1980년 광주가 민주주의의 촛불이 되었듯, ‘광주형 일자리’는 사회적 타협으로 새로운 시대의 희망을 보여주었고 포용국가의 노둣돌이 되었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독일 유력 일간지인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Frankfurter Allgemeine Zeitung, FAZ) 기고문에서 “세계가 지금 위기라고 여기는 것들은 지구상에 살고 있는 평범한 삶이 해결해야 할 것들”이라고 강조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번 기고는 FAZ 출판부가 발간을 추진 중인 기고문집에 수록될 기고문과는 별개다. 200자 원고지 80매 분량의 기고문집 기고문을 압축한 12매 분량의 글을 게재했다. 문 대통령은 ‘평범함의 위대함’(부제: 새로운 세계질서를 생각하며)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1980년 광주 민주화 운동의 부활로서의 2017년 촛불혁명을 평가하며 ‘평범한 사람들’의 힘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세계가 지금 위기라고 여기는 것들은 한 국가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며, 한 사람의 위대한 정치인의 혜안으로 이뤄질 수 없는 일”이라며 “한 사람 한 사람의 각성과 실천을 쌓는 일이 중요하다 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평범함의 위대함의 대표 사례로 80년 5월 광주를 예로 들었다. 문 대통령은 “1980년 한국의 광주에서는 신군부의 쿠데타에 반대한 민주화운동이 있었다. 국가폭력으로 수많은 시민이 사망했고, 한국인에게 두 개의 자각(自覺)과 한 개의 의무를 남겼다”며 “첫 번째 자각은 국가폭력에 맞선 사람들이 가장 평범한 사람들이었다는 것이다. 두 번째 자각은, 국가의 폭력 앞에서도 시민들은 엄청난 자제력으로 질서를 유지했다는 것이다. 남겨진 의무는 광주의 진실을 알리는 일이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와 관련, “도덕적 행동이야말로 부정한 권력에 대항해 평범한 사람들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위대한 행동이라는 것을 한국인들은 알고 있다”며 “2016년 한국의 촛불혁명은 평범한 사람들이 함께 광장의 차가운 바닥을 데우며 몇 개월 동안 전국에서 지속되었다. 단 한 번의 폭력사건 없이 한국의 가장 평범한 사람들이 가장 평화로운 방법으로 민주주의를 지켜냈다”고 평가했다.

특히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이 행복할 때, 한 나라의 지속가능한 발전도 가능하다”며 “적정임금을 유지하면서 더 많은 일자리를 찾기 위해 노동자와 사용자, 민간과 정부가 양보와 나눔으로 결국 대타협을 이뤘다. 이렇게 만들어진 일자리가 ‘광주형 일자리’이다. 한국인들은 오랜 경험을 통해 조금 느리게 보여도 사회적 합의를 이루면서 함께 전진하는 것이 모두에게 좋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밝혔다.

또 “한국에서는 100년 전, 1919년 3월 1일부터 일제 식민주의에 대항한 독립만세운동을 시작했다. 이때 시민의식이 싹텄고 마음을 합하는 것처럼 큰 힘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한국 분단의 역사에도 평범한 사람들의 눈물과 피가 얼룩져있다. 이 오래되고 모순된 상황을 바꿔보고자 하는 열망은 한국인들이 촛불을 들은 이유 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은 지금 오랜 시간 고착된 냉전적 갈등과 분열, 다툼의 체제가 근본적으로 해체되어 평화와 공존, 협력과 번영의 신질서로 대체될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신(新)한반도 체제로의 이행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와 관련, “한반도의 봄은 베를린에서 시작되었다. ‘베를린 선언’에서 저는 북한을 향해 “쉬운 일부터 하자”고 하며 평창올림픽 참가, 이산가족 상봉, 남북한 상호 적대행위 중단 그리고 남북 간 대화와 접촉을 재개할 것을 제안했다. 놀랍게도 이 4가지는 2년이 지난 지금 모두 현실이 되었다“며 ”‘신(新)한반도 체제’는 평범한 사람들이 자기 운명의 주인이 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평화를 이루는 것도 결국 평범한 국민들의 의지에 의해 시작되고 완성될 수 있다는 것을 세계에 보여주게 되길 희망한다”며 “평범한 사람들이 세계의 운명을 자신의 운명과 연결 지어 생각할 때 새로운 세계질서는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평범함이 위대해지기 위해서는 자유와 평등 못지않게 정의와 공정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정의와 공정으로 세계는 성장의 열매를 골고루 나눌 수 있게 될 것이며, 이를 통해 모두에게 권한이 주어지고 의무가 싹트며 책임이 생길 것”이라고 마무리했다.

한편 문 대통령의 이번 기고는 FAZ 출판부측에서 올해 ‘새로운 세계질서’(가제)의 출간 계획을 알려오며 문 대통령의 기고문 수록을 요청하면서 이뤄졌다. FAZ 출판부는 약 5년에 한 차례씩 전 세계 주요 정상, 재계 지도자, 종교계 주요 인사들의 기고문을 수록한 기고문집을 발간하고 있다. 우리 대통령으로는 △김영삼 대통령 ‘21세기를 위한 아젠다: 도전으로서의 미래’(1998) △김대중 대통령 ‘21세기를 위한 아젠다: 새로운 시대를 향한 길, 정치와 경제’(2000) △노무현 대통령 ‘권력자의 말’(2007) △이명박 대통령 ‘변혁의 시대’(2013)이 앞서 기고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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