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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원 한국체대 생활무용학과 교수] 무더운 여름의 끝자락에 와이즈발레단은 ‘플레이’(8월 17·18일 마포아트센터 아트홀 맥)라는 제목으로 개성 넘치는 남성안무가를 초청해 시원한 무대를 선사했다. 와이즈발레단은 2005년에 창단해 100여 회의 국내외 공연 활동을 이루고 있는 민간전문예술단체로 예술을 통한 대중화를 선언하며 다양한 레퍼토리로 유쾌함과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이번 작품은 와이즈발레단이 창의적 시도를 선보이는 무용가에게 작품을 의뢰해 창작발레의 가능성과 지평을 확대하는 기획인 ‘W시리즈’의 일환이었다.
올해 공연에는 김용걸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김성한 세컨드네이처댄스컴퍼니 예술감독, 주재만 뉴욕 컴플렉션 발레단 전임안무가가 참여했다. 세 사람은 모두 무용 시장이 척박했던 20여 년 전 한국의 대표 무용수로 프랑스와 미국에서 활동했다.
100여 분의 공연은 와이즈발레단의 단장인 김길용의 사회로 진행됐다. 각 작품이 무대에 오르기 전 세 안무가의 인터뷰가 제공됐다. 인터뷰는 안무가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작품 구상과 관점 포인트에 관한 내용을 진솔하게 담았다. 세 작품의 직선적 행보는 교차점을 지나 하나의 원을 이루며 무채색의 톤으로 채색됐다. 안무가와의 담화는 관객의 호기심을 증폭시켜 ‘날것으로의 몸짓’이 ‘상상력의 파동’으로 되돌아오기에 충분했다.
김용걸의 ‘레 무브망2’는 발레의 움직임이 가지는 정제화된 코드와 아름다움의 매력을 담백하게 담아냈다. 2014년에 선보인 바 있는 이 작품은 와이즈발레단의 무게감으로 재탄생돼 무대에 올랐다. 피아노의 경쾌함에 반응하는 신체의 확장성과 분절은 밝은 무대에 생동감과 활력을 선사했다. 무심한 듯 서로의 몸짓과 반응은 관객이 무대에서 예측할 수 없는 변화에 주목하게 했다.
김성한의 ‘더 게임’은 현대를 사는 인간들이 무언가를 찾아 헤매는 일상의 모습들을 빛과 어둠, 남과 여, 직선과 원이라는 이원화된 방식으로 담아냈다. 모호하고 이해할 수 없는 다름에 관한 상황보고서를 만남과 탐험의 몸짓으로 끌어냈다. 신체의 유연함과 지속적인 움직임 그리고 낯선 소리와 자극적인 몸의 코드는 관객에게 촉각의 경험으로 파동을 일으켰다.
주재만의 ‘인터메조’는 움직임의 고전적 절제미와 현대적 파격미가 적절하게 어우러져 ‘관계’에 관한 접근을 새롭게 주목하게 했다. 실타래가 얽히고 풀어지면서 생성되는 새로운 공간성과 움직임의 양태를 인간의 관계성에 관한 문제로 바라보게 하고 힘의 분배와 에너지의 조율을 통해 소통의 간극을 경험하게 했다. 바흐의 선율이 신체의 이미지로 외형화되고 공간 속에 호흡이 더하여져 관객의 심장박동을 부추기는 긴장감을 유발했다.
세 작품 모두 의상과 무대 연출을 배제해 움직임에 주목하게 했다. 움직임이 선사하는 무수한 변형과 변수에 철저히 집중하게 하고 칸트가 강조했던 ‘무관심적 관심’을 상상력과 오성의 수준에서 경험하게 했다. 세 작품은 각각의 여정을 지나 하나의 큰 원안에 화폭으로 담겨 와이즈발레단의 흔적이 됐다. 관객과 무용수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김길용 단장의 항해가 무용단을 어떠한 도전으로 채워나갈지 궁금증을 자아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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