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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선임기자] ‘픽사’라는 이름만으로 개막도 하기 전에 6만장이 팔려나갔다. 미리 둘러보는 프리뷰전시에는 1000명이 다녀갔다. 그렇게 문을 열고 첫날에만 6500명이 봤다. 티켓을 미리 샀다고 바로 들어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전시장 내 관람객 수 제한으로 평균 40분은 긴 줄을 감내해야 한다.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고 있는 ‘픽사 애니메이션 30주년 특별전’ 얘기다. 오는 8월 8일까지 큰 장을 펼친 ‘픽사 특별전’은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직원이 직접 그린 스케치를 비롯해 조각상, 스토리보드, 조형물 등 500여점을 옮겨놓고 오매불망 애니메이션 한 장면을 기다려온 관람객을 맞고 있다.
픽사(Pixar)는 1986년 미국 캘리포니아에 세운 픽사 스튜디오를 말한다. 존 라세티, 에드 캣멀, 스티브 잡스 등이 의기투합해 세운 애니메이션 제작사다. 이름값을 제대로 했다. 그들이 첫선을 보인 ‘토이 스토리’(1995)는 애니메이션 영화의 패러다임을 바꿨다는 평가를 꿰찼다. 처음부터 끝까지 컴퓨터그래픽만으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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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토이 스토리’는 시작에 불과했다. 이후 ‘벅스 라이프’(1998), ‘몬스터 주식회사’(2001), ‘니모를 찾아서’(2003), ‘인크레더블’(2004), ‘카’(2006), ‘라따뚜이’(2007), ‘월-E’(2008), ‘인사이드 아웃’(2015), ‘굿 다이노’(2015) 등 하나같이 창의적이고 흥미로운 작품이 연이어 히트를 쳤다.
이들이 탄생한 모든 과정을 내보이는 ‘픽사 특별전’은 2005년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에서 첫발을 뗐다. 이번 DDP에 상륙한 ‘30주년전’은 특별전으론 정확히 30번째가 된다. 창립자 존 라세티는 위대한 만화를 만드는 세 요소로 ‘매력적인 스토리’ ‘기억에 남을 캐릭터’ ‘실제로 존재할 만한 세계’를 꼽았다. 그중 단연 최고는 “캐릭터를 돋보이게 하는 좋은 스토리”라고. 이 철학은 픽사의 작품을 관통하는 중심축이 된다.
그 철학에 걸맞게 전시는 남다른 스토리를 가진 애니메이션 13편의 제작과정을 한자리에서 엿볼 수 있게 했다. ‘토이 스토리’부터 ‘굿 다이노’까지 그림·조각·모형 등을 충실하게 배치했고 자체의 연대기를 가진 캐릭터가 관람객과 눈을 맞춘다. 하나같이 따뜻한 휴머니티로 인간 감정을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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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의 백미는 설치작품 ‘조이트로프’와 영상작품 ‘아트 스케이프’. 조이트로프는 ‘토이 스토리’ 주인공들을 각각 18개 연속 동작 모형으로 원반에 층층이 배치한 뒤 1초에 1회씩 빠르게 회전시키면서 스스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 3D입체 작품이다. 아트 스케이프는 예술풍경이란 뜻의 제목처럼 픽사 역대 디자이너가 손으로 일일이 그려낸 일러스트 수천장을 ‘살아 숨 쉬는’ 3D영화로 꾸민 것. 평면적인 드로잉이나 모형전시에 자칫 지루했다면 이 두 작품에선 정신이 번쩍 드는 흥미가 솟는다.
2008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연 20주년 기념전에 이은 두 번째 전시를 위해 날아온 마렌 존스 픽사스튜디오 전시수석큐레이터는 “픽사 애니메이션이라고 하면 혁신적 기술만 생각하지만 컴퓨터그래픽작업을 하기 전에 전통적인 방식으로 제작한 수많은 그림과 조각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스토리를 만드는 데 드는 노력과 시간이 전체 제작과정의 4분의 3을 차지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픽사라고 단순한 기술만 볼 게 아니란 소리다. 제작자의 땀과 열정, 숨은 이야기까지 찾아내야 비로소 제대로 본 전시라는 뜻도 된다. 관람료는 성인 1만 3000원, 청소년 1만 1000원, 어린이 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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