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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음악을 연주할 때 감정이 중요하지만 소리는 몸으로 내는 것입니다. 감정을 실어서 하면 안 되고 감성과 이성을 분리할 줄 알아야 하죠”(바이올리니스트 핀커스 주커만), “나쁜 자세로 오래 연습하는 것 보다 좋은 자세로 10분 연습하는 게 더 좋아요”(주커만의 아내이자 첼리스트 아만다 포사이스).
바이올리니스트 핀커스 주커만과 그의 아내인 첼리스트 아만다 포사이스의 날카로운 지적이 이어지자 젊은 음악도들은 신중히 귀를 기울였다. 이날 주커만은 “학생들이 긴장한 탓도 있겠지만 기교가 뛰어난 데 비해 몸에 힘이 많이 들어간 느낌이 많이 들었다”며 “조금 더 자연스러워져라. 편안하게 표현하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지난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코스모스악기 홀. 거장 바이올리니스트 핀커스 주커만(68)과 첼리스트인 아내 아만다의 무료 ‘마스터클래스’를 청강하러 모여든 100여명의 인파로 공연장 안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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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세기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 중 하나로 꼽히는 이스라엘 출신의 주커만은 비올리스트이면서 지휘자 그리고 교육자로도 이름을 떨치고 있는 팔방미인이다. 1967년 정경화와 레벤트리트 국제 콩쿠르에서 두 번에 걸친 결선 끝에 공동 우승한 음악가로 국내에도 잘 알려져 있다.
이날 주커만은 당초 예정됐던 1시간을 30분가량 넘기며 긴장한 학생들을 능수능란하게 이끌었다. 인자하면서도 부족한 점을 지적할 때는 한없이 진지하고 단호했다.
주커만은 “연주자는 아주 적은 시간 안에 많은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면서 “연주 방법을 터득하려면 몇 년의 시간이 걸린다. 이는 우리의 뇌에는 이성과 감정 두 영역이 있는데 때때로 연주자는 감정이 아닌 몸으로 소리를 내야 한다. 그것을 분리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첫 주자인 김여경(24·서울대 대학원)씨가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연주를 시작하자 그는 무대를 쿵쿵 구르며 박자를 잡아줬다. 이어 서 있는 자세부터 활 쓰는 법까지 꼼꼼하게 지도했다. 주커만은 자신이 앉아있던 의자를 무대 중앙에 놓더니 김씨에게 그 위에 올라가 연주하도록 주문하기도 했다. 그는 “몸에 힘이 들어가고 많이 움직이게 되는 것을 방지하는 방법 중 하나다. 의자 위에서 움직이면 떨어지니까 아주 효과적인 방법”이라며 웃었다.
생상스 바이올린 협주곡 3번을 연주한 박지언 양(12·목동초)에게는 직접 일어나 시범을 보이며 “소리를 크게. 객석 뒤 비상구까지 네 소리가 들리게 연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활 전체를 다 쓸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하는가 하면 “랄라라, 라랄라, 랄라” 직접 소리를 내어 쉽게 설명하는 등 틈틈이 자세도 잡아줬다.
이날 레슨 지도 선생의 권유로 참석했다는 초등학교 6학년인 한 여학생은 “짧은 시간 내에 알고 있는 것을 알려주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활의 압력을 조절하는 법, 연주자의 자세 등을 꼼꼼하게 적었다. 큰 도움이 됐다. 참석하길 잘했다”고 말했다.
레슨 이후 주커만은 “경기실내악축제 공연에서 연주자로써 한국 관객을 만나서도 좋았지만 평소 교육에 관심이 커서인지 이번 마스터클래스는 의미 있는 시간으로 기억될 것 같다”며 흐뭇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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