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현장에서]대한항공 조종사들이 37% 임금인상 요구 진짜 이유는?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신정은 기자I 2016.01.22 05:00:00
[이데일리 신정은 기자] “조종사들은 우리와 다른 세계에 있죠.” 대한항공 일반 직원들은 조종사노조(KPU)가 지난해 37%의 임금 인상률을 제시한 것에 대해 새삼 놀랄 것도 없다는 반응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사측이 내놓은 1.9%인상안(기본급·비행수당)과 노조의 37%는 합의점을 찾을 수 없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 19일 대한항공과 조종사노조의 임금교섭 조정신청에 대해 조정중지 결정을 내렸다. 이로써 조종사노조는 파업의 카드를 쥐게 됐다.

파업이 눈앞에 다가오자 조종사를 제외한 일반노조가 나서 20일 성명을 냈다. 지난 2005년 조종사의 파업으로 피해를 떠안았던 아픔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 200편 이상 항공기 운항이 취소되면서 국민의 반감은 커졌다.

대한항공 일반노조는 사내의 복수노조인 조종사노조가 찬반투표를 진행하는 것이 “배고파서 못 살겠다는 절박한 생존권 요구가 아닌 조종사 노조의 집행부 명분만을 내세운 것으로 파업 피해를 강요하는 행위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다.

이쯤에서 조종사들이 예년의 10배가 넘는 인상률을 요구하는 진짜 이유가 궁금해진다. 대한항공 조종사의 최근 3년간의 임금인상률은 2012년 4.0%, 2013년 동결, 2014년 3.2%다. 노조는 지난 수년간 대한항공 조종사 임금인상률과 해외항공사들과의 임금수준 비교, 회사의 수용가능성 등 이유를 제시했다. 그동안 인상률이 만족스럽지 못했고, 해외 항공사보다 떨어진다는 점은 근거가 있다고 해도 ‘회사의 수용가능성’에서는 고개가 갸우뚱거린다.

통상적으로 근로자의 임금인상은 생산성과 회사의 지급능력을 고려해 결정된다.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6164억원으로 예상되지만, 달러강세로 발생하는 환차손 등 영향으로 당기순이익이 6113억원 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추산된다. 회사 실적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임금 수준은 아니라는 의미다.

결국 조종사들의 이런 움직임의 궁극적인 배경은 저비용항공사(LCC)와 중국 항공사의 잇따른 스카웃 제의가 아닐까 추측된다. 중국 항공사들이 부족한 조종사 수요를 채우기 위해 임금을 최대 3배 높여주고 있다고 하니 귀가 솔깃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실제 지난해 대한항공 내국인 조종사의 6.2%인 145명이 퇴직했고, 아시아나 내국인 조종사 59명(4.9%)가 회사를 떠났다.

더 멀어지기 전에 노사는 좀더 진솔한 대화에 나서야 한다. 조종사노조는 회사의 어려운 사정을 되짚어보고 임금인상률을 조정해야 하고, 사측도 떠나가는 인재들의 빈자리를 어떻게 채워줄 지 쌍방이 노력하며 접점을 찾는 게 최선이다.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