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니지서 촉발된 민주화 바람..MENA 전역 확산
세계 경제 불확실성..3차 `오일쇼크` 가능성 고조
금융위기 후 美 리더십 시험하는 `시금석` 될 듯
[이데일리 김춘동 기자] 중동과 북아프리카(MENA)는 오일쇼크와 함께 중동전쟁, 걸프전쟁 등 끊임없는 분쟁과 전쟁으로 상징되는 지역이다. 세계 최대의 원유 공급처이자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를 잇는 전략적 요충지로써 정치와 경제, 종교적인 이해관계가 끊임없이 충돌하는 말 그대로 세계의 화약고로 꼽힌다.
`재스민 혁명`으로 대표되는 민주화 운동이 들불처럼 번지면서 MENA 지역이 최근 또 다시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변화를 갈망하는 MENA의 모래바람은 단순히 한 나라의 민주화를 너머,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석유패권의 재편은 물론 세계 정치·경제에 결정적인 변수로 부각되고 있다.
◇ `재스민 혁명`으로 변화하는 MENA
연초 튀니지에서 시작된 민주화 운동은 이집트를 거쳐 리비아와 예멘, 바레인 등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튀니지와 이집트의 경우 수십 년간 집권해온 독재정권이 쫓겨났고, 예멘 역시 대통령이 사의를 밝힌 상태다. 리비아의 경우 카다피 국가원수가 끝까지 항전에 나서고 있지만 서방국가들의 공습으로 궁지에 내몰리고 있다.
수십 조원에 달하는 서민지원 방안으로 간신히 위기를 넘기긴 했지만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 이란 등 거대 산유국도 사정권 안에 있다.
MENA의 민주화 운동은 해당 국가마다 다소 차이가 있긴 하지만 독재정권의 장기집권에 따른 불만이 쌓인 가운데, 인플레이션에 따른 경제난과 인터넷 사용인구 확대 등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되고 있다.
 | | ▲ 중동사태의 주요 일지(출처: 삼성경제연구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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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가 고공행진..3차 오일쇼크 가능성도
MENA의 민주화 운동이 특별히 더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바로 석유 때문이다. MENA 지역은 지금까지 알려진 전 세계 원유 매장량의 57%, 현재 공급의 38%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과거 두 차례의 석유파동에서 잘 드러나듯 MENA 지역의 정정불안은 원유공급 차질과 유가급등으로 이어지면서 세계 경제에 가장 큰 충격파로 작용해왔다.
최근 `재스민 혁명` 역시 국제유가 고공행진의 단초 역할을 했다. 지난해 배럴당 90달러 선이었던 국제유가는 어느새 100달러를 훌쩍 뛰어넘어 120달러대를 넘나들고 있다.
특히 `재스민 혁명`이 자칫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등 거대 산유국으로 확산될 경우 국제유가는 150달러는 물론 200달러대를 훌쩍 뛰어넘으면서 3차 오일쇼크가 도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곽수종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리비아 사태가 해결되더라도 중동지역의 불안은 상존할 것"이라며 "다만 사우디 등 산유국 왕정국가의 정정불안 가능성은 희박해 리스크가 크게 확대되진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 유가는 가장 민감한 정치·경제 이슈
 | | ▲ MENA 각국의 정치·경제안정도(출처: LG경제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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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NA의 정정불안은 글로벌 경제의 위험요인인 동시에 정치적인 불안요인이기도 하다. `재스민 혁명` 자체가 경제난에서 촉발된 것처럼, 유가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과 민생고는 언제든지 정치적인 이슈로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상당수의 신흥국들이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와 농산물 값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미국의 경우 경기가 여전히 부진한 가운데 유가마저 치솟으면서 국민들의 원성이 커지고 있다.
최근 ABC뉴스와 워싱턴포스트의 공동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민들의 71%가 고유가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 가운데 53%는 내년 대선에서 현 오바마 대통령을 찍지 않겠다고 응답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부랴부랴 특별조사팀을 꾸리는 등 유가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나섰다. 유가가 가장 경제적이면서도 가장 정치적인 변수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 미국의 리더십 시험하는 시금석될 듯
MENA의 정정불안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권력지형의 변화 속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잃어가고 있는 미국의 리더십을 다시 한번 시험하는 시금석이기도 하다.
MENA의 민주화 도미노로 그 동안 친미정권과 군사적 헤게모니를 앞세워 원유의 공급·가격체계를 적절한 수준에서 통제해온 미국의 석유패권에 균열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미국으로선 민주화 요구에서 비롯된 MENA의 정세변화가 미국이 그 동안 가장 우선순위로 추구해온 민주주의라는 가치와 석유패권이라는 이익이 충돌하는 지점에 서있다는 점에서 더 곤혹스럽다.
MENA의 정정불안은 기존 석유패권의 균열과 새로운 재편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당분간 세계 정치·경제에 있어 가장 큰 불확실성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리처드 하스 미 외교협회(CFR) 회장은 최근 웹사이트를 통해 "미국이 중동의 소용돌이를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가기 어려워지고 있다"며 "이라크 등 테러와의 전쟁이 장기화하고 있는 점 역시 미국의 영향력 퇴조에 중요한 배경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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