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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2021년 12월부터 2022년 2월까지 청주의 한 아파트에서 함께 살던 처제 B씨의 인적사항과 신용카드 비밀번호 등을 이용해 처제의 동의 없이 휴대전화로 현금서비스 카드결제 대행업체를 통해 총 24회에 걸쳐 7723만5900원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A씨에게 업무상횡령, 사기, 컴퓨터 등 사용사기죄를 적용해 징역 1년8개월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컴퓨터 등 사용사기 부분에 대해서도 유죄를 인정하면서 별도의 형 면제를 하지 않았다.
2심은 1심 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1년5개월을 선고하면서, 컴퓨터 등 사용사기 부분에 대해 형 면제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검사가 공소장에 피해자를 명시하지 않았지만 ‘함께 거주하던 처제 B씨’라고 표시했고 범죄일람표에도 금융기관을 피해자로 표시하지 않았으므로, 동거친족인 B씨를 피해자로 해 컴퓨터 등 사용사기죄를 기소한 것으로 보아 친족상도례를 적용했다. 친족상도례는 친족 간의 재산범죄(강도죄, 손괴죄, 점유강취죄는 제외)에 대해 그 형을 면제하거나 친고죄로 정한 형법상의 특례를 말한다.
대법원은 “검사가 제출한 공소장과 첨부된 범죄일람표에는 피해자가 누구인지 명시돼 있지 않지만, 범죄일람표에서 신한카드, 하나카드, 케이뱅크, 삼성카드 부분은 굵은 글씨로 강조돼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검사가 제출한 수사보고에는 컴퓨터 등 사용사기죄의 직접 피해자는 카드사나 금융기관이므로 친족상도례를 적용할 수 없다는 취지가 기재돼 있다며, 피해자를 가맹점 또는 대출금융기관 등으로 하는 컴퓨터 등 사용사기죄로 기소한 것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원심은 피해자가 누구인지를 명확히 한 후 친족상도례 적용 여부에 관한 판단을 했어야 함에도, 처제 B씨를 피해자로 하여 기소한 것으로 단정하고 친족상도례를 적용한 것은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고 대법원은 지적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컴퓨터 등 사용사기죄에서 피해자가 누구인지에 따라 친족상도례 적용 여부가 달라질 수 있음을 명확히 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대법원은 타인의 승낙 없이 타인 명의의 신용카드로 결제하거나 대출을 받는 행위가 ‘가맹점이나 대출금융기관 등’에 대한 컴퓨터 등 사용사기죄에 해당한다는 법리를 확인하면서, 피해자가 친족인지 금융기관인지에 따라 친족상도례 적용 여부가 달라질 수 있음을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