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3억 위증' 신상훈·이백순 무죄 파기…대법 "다시 판단"

성주원 기자I 2024.03.18 06:00:00

MB 당선축하금 3억 의혹…재판서 거짓증언
공범에서 증인으로…위증죄 처벌여부 쟁점
1·2심 무죄…대법 "법리오해 판결 잘못있어"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이른바 ‘남산 3억원 사건’ 재판에서 거짓 증언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과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에 대해 무죄가 선고된 원심판결이 파기됐다. 대법원은 이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라며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변론이 분리돼 피고인이 증인이 되더라도 피고인의 지위가 여전히 계속되고 그 지위는 증인의 지위보다 우선하므로 위증죄 처벌대상이 될 수 있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다만 대법원의 이같은 판단은 피고인들의 유무죄를 판단한 것은 아니다. 파기환송 후 항소심에서 심리를 거쳐 유무죄가 판단될 전망이다.

라응찬(왼쪽부터)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 (사진=이데일리DB)
◇1심 “증인적격 없어”…2심 “방어권 범위 내 허위 진술”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지난달 29일 신 전 사장과 이 전 행장의 위증 혐의 사건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했다.

‘남산 3억원’ 사건은 2008년 신한은행 측이 이명박 전 대통령 당선 축하금 명목으로 이 전 대통령 측근에게 3억원을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는 사건이다. 당시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지시를 받은 이 전 행장은 남산자유센터 주차장에서 신원불상자에게 3억원을 전달했다. 당시 3억원 수수자에 대한 논란이 일면서 검찰이 조사에 나섰지만 전달자와 수령자를 밝혀내지 못한 채 신 전 사장과 이 전 행장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등 공소사실로 기소됐다.

검사는 재판 과정에서 신 전 사장을 이 전 행장에 대한 증인으로, 이 전 행장을 신 전 사장에 대한 증인으로 신청했다. 재판부는 각각의 피고인들에 대한 변론을 분리해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이들 피고인은 증언거부권이 있음을 고지받고도 범죄사실에 관한 검사의 질문에 대해 증언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진술했다.

검찰은 신 전 사장이 경영자문료로 3억원을 보전하라는 사전 지시를 내렸음에도 종전 횡령 혐의 재판에서 “남산 3억원 보전 사실을 사후에 보고받았고 경영자문료 증액은 고(故) 이희건 신한은행 명예회장의 대통령 취임식 행사 참석 때문이었다”고 위증했다고 조사했다.

이 전 행장에 대해선 3억원 전달 과정에 주도적으로 기여했음에도 몰랐다고 부인한 위증 혐의가 적용됐다.

1심은 이들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공범인 공동피고인이 다른 피고인의 형사재판에서 증인이 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1심 재판부는 “공범인 공동 피고인은 피고인 신문 과정에서 반대 신문할 기회가 충분히 보장되기 때문에 피고인으로서 진술과 증인으로서 진술이 증거 가치상 차이가 없다”며 “그럼에도 공동 피고인을 증인석에 세우는 것은 위증으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압박을 주려는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에 공범인 공동 피고인을 다른 공동 피고인 증인으로 신문하는 현재의 재판 실무는 재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검사가 법리 오해를 이유로 항소했지만 2심도 피고인들의 무죄를 인정했다. 2심 재판부는 “소송 절차가 분리된 공범인 공동피고인은 다른 공소사실에 대한 증인이 될 수 있다”면서도 “이 경우 범죄사실 관련 질문에 대해서는 피고인의 지위가 계속되고 이때 증인의 지위보다 피고인 지위가 우선적용돼 피고인이 자신의 방어권 범위 내 허위진술을 이유로 위증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 “원심, 위증죄 성립 법리 오해…다시 심리·판단해야”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피고인들에 대한 각각의 피고사건은 다른 공동피고인의 소송절차와 분리됐으므로, 공범인 공동피고인의 지위에 있는 피고인은 다른 공동피고인에 대해 증인적격이 있다“며 ”소송절차가 분리된 상태에서 피고인들이 증언거부권을 고지받았는데도 증언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은 채 허위 진술을 했다면, 자신의 범죄사실에 대해 증인으로서 신문을 받았더라도 피고인으로서의 진술거부권 내지 자기부죄거부특권 등이 침해됐다고 할 수 없고 위증죄가 성립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그럼에도 원심은 피고인들의 증언이 허위의 진술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 아무런 판단을 하지 아니한 채 이 사건 공소사실을 무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한 바,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위증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남산 3억원 사건’ 재판에서 위증한 혐의로 기소된 신한은행 실무자들은 벌금형이 최종 확정됐다. 지난달 29일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신한은행장의 비서실장이었던 박모, 이모씨에게 벌금 1000만원,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서모씨는 무죄가 확정됐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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