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소음이었다. 항공기는 기자가 육안으로 항공사 브랜드를 식별할 정도로 낮게 날았다. 여기서 나는 소음이 4분마다 단지를 때려댔다. 기온이 섭씨 34도를 기록했지만 단지 내 세대 대부분은 창문이 닫혀 있었다. 신월시영 주민은 “날이 좋으면 비행기 나사(볼트)까지 보인다”고 말했다. 마침 상공을 지나는 비행기가 내는 소음 탓에 주민 목소리가 반쯤 묻혀 들렸다. 그 너머로 ‘신속통합기획 재건축’ 플래카드가 펄럭였다.
신월7동 일대는 ‘미니 신도시’로 탈바꿈을 시도하고 있어 지역민 기대를 한몸에 받는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이 지역에서는 재건축을 추진하는 신월시영(신속통합기획·3157가구)을 비롯해 인접한 신월 7-1구역(신통기획·2900가구)과 7-2구역(공공재개발·2200가구) 재개발이 추진 중이다. 여기에 안전진단을 통과한 길훈(290가구)·신안파크(485가구) 아파트까지 합류하면 1만 세대 규모의 주거 단지가 탄생한다.
관건은 공항소음이다. 신월7동 모든 지역은 인근 김포공항의 항공기 항로 아래 위치한다.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신월7동은 연중 공항소음은 75~90웨클(WECPNL·소음측정 단위)이다. 공항 소음이 70웨클 이상이면 일상생활에 불편을 느끼는 수준이다. 지역 부동산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정부에서 우리 동네 살면 여름 TV 수신료를 안 받는다”며 “TV를 틀어도 소리가 잘 안 들리니 돈 받기 미안해서 그러는 것이다”고 했다.
특히 항공기 소음은 아파트에서 증폭되는 측면이 있다고 한다. 동 사이 갇힌 소음이 메아리치며 울림이 커진다는 것이다. 앞으로 이 지역에는 최대 층수 15층 아파트가 줄지어 들어설 예정이라 구조적으로 소음을 키우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신월시영이 1988년 준공하고서부터 살아온 70대 주민은 “그동안 여름이면 창문을 개운하게 열고 지낸 적이 없다”고 했다.
물론 원주민 대다수는 ‘생활소음’ 정도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살다 보면 익숙해진다”는 것이다. 문제는 외부인에게는 이게 진입 장벽일 수 있다. 신월시영 인근 부동산중개사무소 관계자는 “공항소음을 처음 접하는 이들은 실거주를 꺼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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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악한 거주 환경을 자력으로 극복하고자 해도 힘에 부친다. 방음 외벽과 유리는 효과가 좋지만 비용이 문제다. 갈수록 공사비가 오르는 추세인데 사업비는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인프라 확충과 규제 완화에 주민 의견이 모인다. 공항소음을 감수하면서까지 거주할 유인책을 마련해달라는 것이다. 지역은 인근 서부트럭터미널 개발사업이 교육과 복지, 문화 인프라 강화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2030년 개통 예정인 목동선의 조기 착공도 요구사항이다. 규제 완화로는 기부채납 부담을 낮춰달라는 요구가 대표적이다. 서울시는 임대주택 비중을 줄여달라고 지역민 요구에 난색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시영 신월시영 재건축추진준비위원장은 “특별법을 제정해 공공임대 비율과 기부채납을 완화하는 대책이 필요하다”며 “복지와 문화 시설을 확대하고 교육 기반을 다져야 정비 사업 이후에 인구가 정착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지금도 이 지역은 빈 상가가 늘고 주민이 떠나는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해 신정7동 인구는 5년 전보다 14% 감소한 1만9000명이다. 같은 기간 양천구 인구가 5% 감소한 것보다 감소폭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