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엔 추위와 불안이 함께 드리웠다. 이곳은 공공개발 또는 민간개발 정비사업이 이뤄질 예정으로, 쪽방촌 세입자 주민들은 언제 내몰릴지 모를 주거 위기에 처해있다.
지난 6일 만난 동자동 주민 백광헌(65)씨는 ‘잠자리’ 이야기부터 꺼냈다. 백씨는 “동자동 쪽방촌에 주택 개발 이야기가 오래 전부터 이어졌지만 속사정이 복잡해서 아직까지 확실하게 결정된 게 없어 더 불안하다”며 “재개발을 앞둔 집에 집주인들이 수리를 잘 해주려 하지 않아 이곳 사람들은 부서진 문이 달린 쪽방에서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춥게 기약 없이 지내며 각자 살아남아야 한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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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역에 몇 남지 않은 대표적 쪽방촌인 동자동은 건물 63채에 한두 평 남짓한 쪽방 1050칸(2021년 6월말 현재 기준)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다. 거주자 약 889명 중 기초생활수급자가 절반 이상이고 장애인 등록자도 10%를 넘는다. 주민 대다수는 50대 이상 남성이고 65세 이상 고령의 독거노인 비율도 35%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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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씨는 “이곳엔 다들 병들고 늙고 혼자 오갈 데 없는 사람들이 서로 생사 여부를 확인하며 의지하고 산다”며 “요즘은 연탄 때는 가구는 없고 대부분 가스 난방을 하지만, 한 10만원 하던 방값이 20만원대로 오르면서 지원금(기초생활수급비)이 빠듯해 겨울이면 두꺼운 옷을 껴입고 전기장판에 의지해서 웅크리고 잔다”고 했다.
실제 그를 따라 동자동 쪽방촌 골목길을 걸으며 주거 환경을 살펴보니, 복도식으로 구성된 다가구 주택을 ‘쪼개기’한 방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대부분 방음·방범과 화재에 취약한 목재로 만들어진 문 혹은 유리문으로 이뤄졌다. 이마저도 성한 문은 드물고 대부분 파손됐으며, 방에 현관 공간조차 없어 신발을 복도에 두는 경우가 허다했다. 화장실은 공용이고, 씻을 공간도 마뜩잖다.
이곳 주민 이모(70대·여)씨는 “전기와 난방이 오락가락할 때가 많고 온수도 잘 나오지 않아 추운 날엔 화장실 가기도 어렵다”며 “에어컨은 언감생심이라 여름엔 방문을 열어 두고 무더위를 나는데 종종 외부인과 취객들이 드나들어 혹여 해코지 당하지는 않을까 마음 졸이기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동자동 쪽방촌 주민들의 새해 소망은 소박했다. 오갈 데 없이 언제 거리에 내몰릴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털어내고, 서로 의지하며 살아온 곳에서 마음 편히 발 뻗고 잘 수 있는 잠자리를 원한다고 했다. 백씨는 “수십 년된 집들이라 수리 얘기를 꺼내면 집주인들이 그냥 이사가라고 한다”며 “개발이 되더라도 임대주택이 주어진다면 작아도 내 집 같은 편한 잠자리가 생기는 거고, 주민들이 바라는 건 그것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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