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병 확보는 수사기관의 가장 강력한 무기이자 법원에 1차적으로 혐의 인정을 확인받는 과정인데요. 수사에 대한 확신을 바탕으로 진행할 수 있는 절차이기에 특수본의 자신감으로 비쳤지만, 법원의 판단은 예상을 빗나갔습니다. 법원이 현재까지 확보된 증거만으로는 구속할 필요성이 적다고 판단한 만큼 특수본은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받는 주요 피의자를 재소환 조사 등을 통해 구속영장 신청에 다시 나설 방침입니다. 특히 성수대교 붕괴사건처럼 ‘공동정범’으로 엮는 법리를 적용하는 데 주력한다는 계획입니다.
이번 주 사사건건 키워드는 △비상 걸린 이태원 참사 경찰청 특별수사본부 △‘김건희 내사 보고서 유출’ 경찰관, 2심도 선고유예 △‘라임 주범’ 김봉현 도주 도운 조카 구속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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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받는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총경)과 송병주(51) 전 용산서 112상황실장(경정)의 구속영장이 지난 5일 기각됐습니다. 김유미 서울서부지법 영장전담 판사는 “증거인멸과 도망할 우려에 대한 구속 사유와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피의자의 충분한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같은 날 ‘핼러윈 정보보고서 삭제’ 의혹을 받은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경무관)과 김진호 전 용산서 정보과장(경정)은 구속 수감됐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이태원 참사의 원인을 밝히는 것과는 무관해 특수본 수사에서 곁가지일 뿐 몸통은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적용한 경찰·소방·구청 등 정부 기관 주요 피의자들입니다.
특수본은 당초 이번 주 박희용 용산구청장과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에 대해서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었지만, 처음으로 신청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보강수사로 숨 고르기에 돌입했습니다. 특수본은 송 경정을 지난 9일 다시 불러 피의자 재조사에 나섰으며, 조만간 이 전 서장도 재소환할 방침입니다.
특히 주요 피의자들의 과실과 참사의 인과관계 등 법리를 재검토 중입니다. 업무상과실치사상죄는 피의자의 과실이 피해자의 사망·상해와 인과관계가 인정돼야 처벌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 특수본은 여러 정부 기관의 피의자들을 공동정범으로 엮는 법리를 적용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과거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 붕괴 등 대형참사가 발생했을 당시 과실범의 공동정범을 적용해 폭넓은 처벌이 이뤄진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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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언급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관련 경찰의 내사보고서를 언론에 유출한 혐의로 기소된 경찰관이 2심에서도 징역형의 선고유예를 받았습니다. 선고유예는 형의 선고를 일정 기간 보류하고 이 기간이 지나면 면소된 것으로 간주하는 판결로 비교적 가벼운 범죄의 피고인에게 내려집니다.
서울동부지법 형사항소 1-2부(김동현 부장판사)는 지난 8일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기소된 경찰관 송모(32)씨에 대해 검찰이 제기한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과 같은 징역 4개월의 선고 유예를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경찰 공무원으로서 직무상 비밀을 엄수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도 수사 정보를 임의로 기사화하기 위해 유출해 죄가 가볍지 않다”고 지적하면서도 “이 범행으로 이익을 취하려 하지 않았으며 이를 계기로 내사가 중지됐던 사안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는 등 공익에 부합하는 측면도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A씨는 2019년 9월 동료 경찰관에게서 김 여사가 언급된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 내사 보고서를 건네받아 뉴스타파 등 2개 언론사 기자에게 유출한 혐의로 올해 2월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검찰은 올해 4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뒤 지난달 A씨에게 징역 1년을 구형했습니다. A씨는 5월 서울경찰청 징계위원회에서 경감에서 경위로 1계급 강등의 중징계 처분을 받고 대기발령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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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 사태’ 주범 김봉현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도주를 도운 조카 김모(34)씨가 구속됐습니다. 서울남부지법 권기만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8일 오후 김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도망과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김씨의 구속영장을 발부했습니다.
핵심 도피 조력자로 꼽혀온 김씨는 김 전 회장이 지난달 11일 보석 조건으로 부착한 전자발찌를 재판 직전 끊고 달아나는 과정에서 도운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다만 김씨에 적용된 혐의는 ‘공용물건손상’인데요. 형법상 범인을 은닉 또는 도피해준 자는 범인도피죄에 해당하지만, 친족이 도주를 도우면 이 조항을 적용할 수 없습니다. 이에 검찰은 김씨를 김 전 회장의 전자발찌 훼손 혐의 공범으로 간주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검찰이 혐의 적용에서 ‘운용의 묘’를 살린 셈이죠.
김 전 회장의 행방은 묘연해 이날 기준 30일째 자취를 감추고 있습니다. 검찰은 구속된 김씨를 상대로 김 전 회장의 도주 이후 한 달간의 행적과 밀항 시도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추궁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