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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국회의장은 5선 이상급의 다선 의원 중 계파색이 옅고 온건파로 분류되는 고령 의원이 맡는다. 원내 정당 간 교섭을 맡아야 하는 관계로, 출신당의 당론에서 비교적 자유롭고 중립적인 위치를 취해야 하는 인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 탓에 국회의장들은 대부분 자신의 갈등 조정 능력을 강조해 왔다.
하지만 이번 국회의장 선거의 양상은 사뭇 다르다. 후보들이 협치보다는 선명성 경쟁에 방점을 찍는 모양새다. 민주당이 약 170석에 달하는 의석수를 무기로 추진과제들을 처리하는 데에 힘을 싣겠다는 의지를 숨기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양상 변화의 배경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총괄상임선대위원장의 강성 지지자, 이른바 ‘개딸’들의 존재가 있다. 이들 사이에서는 검찰개혁 및 언론개혁 법안 처리 과정에서 박병석 현 의장이 ‘중재’를 빌미로 사실상 방해를 했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이 때문에 ‘개혁파 국회의장’을 뽑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고, 의원들을 향해 문자 메시지까지 보내며 압박하고 있다.
이러한 여론을 반영한 듯 국회의원 후보자들의 출마 선언문에선 강경한 태도가 묻어난다. 마지막으로 공식 출마 선언을 한 우 의원은 “합의라는 미명 하에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식물국회를 벗어나야 한다”며 “충분히 논의하되 합의가 안 될 때는 국민의 선택을 통해 만든 의회 구조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운영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김 의원은 “윤석열 정부의 불도저식 국정운영을 막아내는 국회를 만들고 싶다”고 했고, 조 의원은 “민주당은 원내 제 1당으로서 개혁과 민생의 성과를 만들어야 한다”며 자신의 정치적 선명성을 강조했다.
이처럼 대부분 후보가 ‘개딸’을 의식한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강경파 의장의 출현 가능성은 커지고 있다. 하지만 국회의장이 가지는 무게는 그리 가볍지 않다. 민주당 소속 의원뿐만 아니라 국민을 대표하는 300명 전체 의원을 이끄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결국 여야의 합의를 끌어낸다는 건 ‘국민 통합’과 일맥상통한다는 의미다. 차기 의장은 이러한 의미를 분명히 마음에 새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