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음식배달 앱 1위 기업 도어대시가 지난해 12월 상장을 추진하자 경제전문지 포브스지는 ‘가장 웃긴 2020년 IPO: 도어대시’ 제하의 기사에서 이런 의문을 제기했다. 백신 접종으로 코로나19가 약해지면 음식 배달 수요가 줄어서 배달 앱 회사가 불황을 겪을 것이고, 이로써 도어대시가 IPO 기회를 잃을 것을 염려해 서둘렀다는 맥락이다.
합리적인 추론이지만 긍정하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업계 1위의 아성이 쉬 사라지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2013년 설립한 도어대시는 현재 미국 전역에서 배달기사(Dasher) 100만여명을 두고 상인 39만명과 가입자 1800만명을 잇고 있다. 시장점유율은 약 50% 전후로 후발 업체와 격차가 크다. 배달업의 쇠퇴는 둘째치고, ‘포스트 팬데믹 시대에 도어대시가 경쟁사보다 소비자 선택을 받기에 유리하다’(월스트리트저널)는 평가는 ‘압도적인 플랫폼 장악력’이 있기에 나오는 것이다.
음식배달 앱 시장은 플랫폼 비즈니스다. 그물을 얼마나 촘촘히, 그리고 널리 치는지가 업의 성패를 좌우한다. 그물을 짜려면 막대한 자금이 들어서, 실질 진입 장벽이 낮다고 보기 어렵다. 도어대시도 마찬가지였는데 비전 펀드를 투자자(지난달 기준 회사 지분 22% 소유)로 들이면서 이 문제를 해결했다. 한국 이커머스 쿠팡을 통해 쿠팡이츠에 투자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미국에서 주목한 것이 도어대시였다. 이후 회사는 2위 우버이츠와 시장점유율을 벌리면서 플랫폼 강자로 우뚝 섰다.
이렇듯 플랫폼 구축 과정은 비용 그리고 시간과 싸움이다. 아무리 도어대시가 북미 시장 1위 사업자라고 하지만 지난해까지 내리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뒷배가 든든하지 않고서는, 성질이 급해서는 버텨내기 어려운 시장이다. 음식배달 앱 시장이 합병과 결합으로 재정비되는 것도 이런 고난을 이겨내는 수단이다.
|
국내 사정도 마찬가지다. 한국에서 요기요 서비스를 하는 독일 딜리버리히어로가 남아공국부펀드를 1대 주주로 맞아서 세를 키워온 것과 이후 1위 사업자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까지 인수한 것은 이런 현상의 연장으로 해석된다.
배달 앱 업계 관계자는 “충성 고객층이 얇고 할인 경쟁이 심한 사업이라서 시장을 지배하는 기업도 한순간에 위기를 맞을 수 있다”며 “플랫폼을 장악하는 것이 생존 전략이라서 글로벌 배달 앱 기업이 몸집을 키우는 과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