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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는 이미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일반해고 기준 완화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기준 완화 등 ‘양대지침’ 폐기와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친노동 개헌으로 인한 경영환경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청와대가 이날 공개한 개헌안은 △국가에게 ‘동일가치 노동에 대한 동일수준의 임금’ 지급 노력 의무를 부과했다. 또 △근로(勤勞)’라는 단어를 ‘노동(勞動)’으로 바꾸는 한편, △노동조건의 결정 과정에서 힘의 균형이 이루어지도록 ‘노사 대등 결정의 원칙’을 명시하고 △노동자가 노동조건의 개선과 권익보호를 위해 단체행동권을 가진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이와 함께 △노동자에 대한 정당한 대우와 양극화 해소,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노동자의 기본권을 획기적으로 강화 △인간다운 삶을 누리도록 ‘고용안정’과 ‘일과 생활의 균형’에 관한 국가의 정책 시행 의무를 신설 등의 내용을 담았다.
재계는 노동·경제 분야에 대한 개헌은 제헌 헌법 이래 우리 헌법의 핵심가치로 자리 잡아 온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 존중’이라는 자유시장경제 질서의 기본정신에 부합하면서, 사유재산권·경영권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동일가치 노동에 대한 동일수준의 임금’ 지급노력 의무를 정부에 부여하는 내용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획일적 동일노동가치 평가가 창의성을 저하하고 역행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재계 관계자는 “세계는 성과주의와 창의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의무화는 20세기 산업화시대의 낡은 개념이라고 느껴진다”며 “아무리 단순 노동이라 하더라도 사람마다 능력이 다른데 같은 임금을 지급하면 더 열심히 일하겠다는 인센티브가 사라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다른 재계 관계자는 “생산직 70%가 호봉제로 정규직 내에서조차 ‘동일 노동·동일 임금’ 대신 근속연수 등으로 임금이 차등 적용된다”며 “사회적으로 아직 합의되지 않은 사안보단 헌법엔 더 큰 원칙이 세워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과정”이라면서도 “노동계의 목소리만 커진다면 기업경영이 어려워지고 결국 국가경제발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노동계와 경영계가 힘의 균형을 맞출 수 있도록 후속 법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