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점 주인의 자살 사태까지 불러온 배상면주가의 강압적인 물량 밀어내기는 우리 사회의 그릇된 단면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갑을관계로 복잡하게 얽혀진 불평등한 먹이사슬이 바로 그것이다. 이처럼 불공정한 영업행태가 남양유업 영업사원의 욕설파문으로 확인된 데 연이어 제기됐다는 점에서도 뿌리가 보통 깊은 게 아님을 보여준다.
비단 이번에 문제된 일부 업종이나 업체에 국한된 게 아니라 제과업체나 프랜차이즈 판매망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거래관계에서 노골적으로 이뤄지는 관행이다. 백화점과 대형마트에서도 입주 점포와의 사이에 이런 행태는 다반사다. 기업들의 영업 방식에 자리잡은 무리한 성과주의가 빚어낸 사회적 폐해다.
제조업체는 대리점에 일방적으로 물량을 배정하는 것은 물론 잘 팔리지 않는 품목까지 끼워서 넘기는 게 보통이다. 가뜩이나 계속되는 경기 불황으로 재고가 늘어나고 현금 흐름이 막히는 악순환 속에서도 제조업체의 요구를 울며겨자먹기로 받아들여야 하는 고충이 극심할 수밖에 없다. 이번에 자신의 죽음으로 문제점을 고발한 대리점주의 경우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그동안 밀어내기 실적이 영업사원에게는 대표적인 능력지표로 간주되어 왔다는 점도 불편한 진실이다. 능력을 과시하려면 우선 점포의 진열대를 차지해야 하고, 그러려면 우월적 관계를 내세운 밀어내기가 가장 손쉬운 방법이었다. 회사 차원에서는 밀어내기 영업은 없었다며 극구 부인하지만 적어도 묵시적으로는 밀어내기를 강요하고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억지로 물량을 떠안게 되는 도소매상들이 비정상적인 유통 경로를 이용해 쌓여가는 재고를 털어내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사실은 또다른 문제다. 그 과정에서 무자료 거래가 생기고, 탈세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일단 외상거래로 물건을 주고받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해당 대리점들의 빚 부담을 가중시키기도 한다.
경제민주화를 실현하는 차원에서도 이러한 일방적인 거래 관행은 뿌리뽑아야 마땅하다. 지금껏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사과 표명이 이뤄지고 자정결의대회가 열리고는 했으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입법조치를 동원해서라도 엄격한 제도적인 제재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계약서에서 갑을관계 표시를 삭제하는 것만으로는 사회정의를 이루기는 어렵다.